SK바이오팜(326030)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오는 2026년 기업가치 150억 달러(약 19조 원)에 달하는 ‘빅 바이오텍(Big Biotech)’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수익성을 높이는 동시에 중장기 혁신신약 플랫폼을 확보해 중추신경계(CNS) 전문기업을 넘어 항암 신약개발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훈 SK(034730)바이오팜 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단담회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 사장이 올해 초 취임한 이후 처음 공개한 청사진이다.
이 사장은 “SK바이오팜은 종합제약사가 아니라 균형 잡힌 빅 바이오텍이 되고자 한다”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서도 혁신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는 의사결정 기능을 갖춘 신약개발사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우선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성에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업 활동이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달 미국 내 월간 처방(TRx) 2만 2000건을 달성했고 2024년 중 3만 건 이상을 돌파하며 뇌전증 치료제 분야 점유율 1위 달성을 예고한 제품이다. 이 사장은 “한 번 처방 후 장기 복용하는 질병 특성에다 90% 중반대에 달하는 높은 매출 총이익률로 수익의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에서만 2029년 세노바메이트의 매출이 10억 달러(약 13조 원), 영업이익은 6억 달러(약 7500억 원)을 넘어서 블록버스터 신약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SK바이오팜은 특히 100명 이상의 현지 영업망을 바탕으로 2025년에는 새로운 제품을 인수해 매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포함한 CNS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 설명했다.
막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신약 파이프라인과 R&D 전략도 소개됐다. 이달 인수를 발표한 프로테오반트의 표적단백질분해(TPD)에 이어 빌게이츠가 설립한 원자력 벤처기업 ‘테라파워’와 손잡고 방사성의약품 치료제(RPT), SK팜테코와 시너지를 낼 세포 유전자 치료제(CGT) 등 3개의 신규 모달리티를 후보군으로 점찍었다.
이 사장은 “3~4년 이후 ‘현금 폭포’를 바탕으로 자체 자금만으로 신약 임상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두 5~7년 뒤 각광받을 신약기술로 CNS를 넘어 항암신약으로 확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 판매로 100조 원 매출을 달성한 화이자가 7년 전 관심 받기 시작한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업 ‘시젠’ 인수에 56조 원을 투입했다”며 “3가지 모달리티 모두 향후 폭발적인 미래 가치를 보고 선점했다”고 밝혔다.
미래 R&D 전략에는 SK그룹과 바이오 분야 시너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RPT의 중심이 될 테라파워에 지난해 8월 SK가 투자하며 사업의 물꼬를 텄고 CGT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SK팜테코 벨류체인을 통해 신약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 사장은 “테라파워로부터 RPT에 매우 적합한 방사선 동위원소 물질 악티늄 225(AC-255)의 아시아 4개국(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독점 공급권을 확보했는데 연내 중국 현지 기업과 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SK와 올해 3월 구성한 ‘혁신신약 TF’를 통해 선제 투자와 R&D를 연결하는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