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이 아닌 '소문난 ○○', '대박난 ○○'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간판을 바꿔 달라는 진심을 담은 초등생의 편지가 지역 상권의 변화로 이어진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주 풍남초등학교(교장 손은숙) 학생들이 지난달 30일 학교 인근 전주한옥마을의 상점 두 곳을 방문해 편지를 전달했다. 해당 매장들은 간판에 '마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곳이었다.
학생들이 전달한 편지의 요지는 간판에 쓰인 '마약'이라는 표현을 다른 단어로 바꾸자는 내용이었다. 전북도교육청이 공개한 학생들의 편지를 보면 "'마약'이라는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사람들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무분별한 '마약' 단어 사용에 대한 우려를 설명했다. 이어 "'마약 ○○'이 아닌 다른 좋은 단어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득에 나섰다. '소문난 ○○' , '대박난 ○○'과 같은 대안도 제시했다.
학생들이 편지를 쓴 계기는 지난달 학교에서 이뤄진 약물 예방 토론 수업이었다. 앞서 풍남초는 지난 6월 '약물예방 교육주간'을 맞아 '한옥마을 마약 ○○ 광고의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토론 수업을 진행한 바 있다. 수업을 맡은 김도신 보건교사는 학생들에게 토론을 바탕으로 대안을 마련해 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힌 학생들이 모여 손편지 71통을 완성했다.
놀랍게도 학생들의 진심이 변화로 이어졌다. 편지를 받은 상인 A씨가 학생들의 제안에 깊은 감명을 받고 '마약 ○○' 대신 '원조 ○○'로 간판을 교체한 것이다. A씨는 직접 학교를 방문해 답장 손편지와 간식을 전달하기도 했다.
A씨는 손글씨로 남긴 답장에서 “가게를 잘 설명하려는 마음으로 붙인 광고였는데, 마약이라는 말이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어린이들의 제안에 감탄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편지를 받고도 변화가 없다면 아이들에게 ‘우리가 해도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줄 것 같았다”면서 “아이들에게 ‘어릴 때 우리가 바꿔 봤어’라는 생각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편지를 전달한 학생대표이자 풍남초 6학년 황건하·차노영 학생은 “우리가 바꿀 수 있을까 기대 반 의심 반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 너무 뿌듯하다”면서 “좋은 결심을 해주신 사장님께도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