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인명피해가 다수 발생한 가운데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농촌과 산골 지역에서는 재난 문자나 방송 이상의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층은 문자나 전화 등을 빠르게 인지하기 어렵고, 재난 발생 시 대피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일 중앙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사망 46명, 실종 4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폭우 피해는 주로 고령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농촌과 산간 지역에 집중됐다.
산사태 피해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은 당시 방송과 안내문자를 통해 주민들을 대피시켰으나 14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군은 사고에 앞서 13~16일 가정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호우 상황을 27회나 방송하고, 재난문자를 46회 보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특히 예천군 일대는 이미 산사태 취약 지역으로 지정돼 대피소까지 마련돼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용문면 사부리, 효자면 백석리 등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300㎜를 웃도는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노인들이 변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대피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민방위 훈련할 때 울리는 사이렌 등을 활용하거나 폭우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방문해 대피를 안내하는 등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나이 드신 분들은 휴대폰이나 TV 등에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상청이 지난 6월부터 새로 도입한 ‘극한 호우’ 긴급재난문자 정책이 비수도권 지역까지 빠른 시일 내에 확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극한 호우’는 강수량이 1시간 동안 50㎜를 넘는 동시에 3시간 동안 90㎜에 달하는 비를 일컫는다. 이 때 기상청은 극한 호우가 내리는 지역에 직접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1시간 만에 72㎜를 기록할 경우에도 문자를 보낸다.
새로운 경보 기준이 도입된 건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와 구로구 등에 시간당 141㎜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존 특보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강수량이 기록됐기 때문이다. 다만 올 여름 기상청의 극한호우 재난문자는 수도권 지역에만 시범 적용 되면서 폭우 피해가 컸던 충청권·경북권에서는 활용되지 못했다. 기상청은 극한호우가 발생할 경우 발송하는 ‘긴급재난문자’를 올해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 한 뒤 내년 5월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상청의 재난문자를 통해 긴박한 위험기상정보가 국민에게 직접 전달되면 더욱 신속하고 즉각적인 재난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