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한 유명 래퍼가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입술을 꿰맨 모습을 공개했다. 이 래퍼는 쿠바에서 반체제 활동을 벌이다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일(현지시간) 쿠바 독립 매체 '14이메디오'와 스페인에 거점을 둔 '디아리오데쿠바' 등에 따르면 쿠바의 유명 반정부 예술인 마이켈 카스티요 '엘 오소르보'는 최근 피나르델리오에 있는 교도소에서 자기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스스로 꿰매 입을 붙여 버렸다.
앞서 오소르보의 소식을 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위·아래 입술을 실 같은 것으로 연결한 채 입을 굳게 닫은 엘 오소르보 사진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불의 앞에서 나는 팔짱을 끼지도, 입을 다물지도 않을 것"이라는 글도 적혔다.
오소르보는 2021년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반정부 집회를 계기로 체포됐다. 지난해 국가기관 명예훼손, 공공질서 훼손, 증오범죄, 폭행 등 죄로 징역 9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오소르보는 쿠바의 반체제 예술을 선보이던 산 이시드로 운동에 참여했다. 쿠바 시위에서 널리 불리는 'Patria y Vida(조국과 삶)'도 오소르보가 제작에 참여한 노래다. 현재 이 노래는 쿠바에서 저항을 뜻하는 상징적인 구호가 됐다.
보도 내용을 보면 오소르보의 입을 꿰맨 행위도 일종의 저항 시위였다. 오소르보의 측근에 따르면 반체제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교도소에서 온갖 학대와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했다. 또 가혹한 처벌이나 식량을 제한하는 방식 등 피해 양상은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교도소 측은 오소르보가 입술을 꿰맨 다음 날 실을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소르보의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에는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리고 있다. “쿠바의 탄압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당신은 영웅이다”, “오소르보를 포함해 모든 정치범에게 자유를 달라”, “당신의 삶은 많은 가치가 있다” 등의 내용이다.
한편 2021년 쿠바에서는 1994년 이후 27년 만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백신 부족과 경제난을 비판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소르보를 포함해 이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이 무더기로 체포돼 최대 30년의 징역형이 내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