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 눈] 사형 없는 '사형제 국가’

천민아 사회부 기자


“신림역 칼부림 사건으로 사망한 제 동생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잘 살아내 보겠다며 항상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악마 같은 피의자는 이런 착하고 불쌍한 동생을 13차례 칼을 휘둘러 무참히 죽였습니다.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합니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조모(33)씨가 무자비하게 휘두른 칼에 맞아 숨진 20대 남성 A씨의 사촌 형이 국민청원에 남긴 글이다. A씨는 어머니가 암투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3 시절 중학생인 동생을 추스르며 수능을 치렀고, 결국 원하던 대학에 합격해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어른스럽고 꿈 많은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지자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생을 챙겼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려 신림동을 찾았던 그는 스물 두 살의 어린 나이에 끔찍한 변을 당했다. 고인의 동생은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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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외에도 30대 남성 3명을 찔러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조씨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건, ‘사형 없는 사형제 국가’인 한국에서 사형 선고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등 이를 대체할만한 제도는 미비하기 때문이다. 연 평균 1심 사형 선고는 2000년대 7.3명에서 2010년대 1.9명으로 크게 줄었다. 무기징역이 사형을 대체하는 추세이지만, 이 경우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흉악범들이 사회로 풀려날 여지도 있다. ‘세모녀 살인사건’의 김태현이나 ‘한강 몸통시신’ 장대호 등 모두 이 경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대법원이 “가석방 없는 절대적 종신형 효과를 보기 위해 사형 선고를 내리는 건 부당하다”며 다른 수형자를 살해한 강도살인범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며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는 사형제를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사형제 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이 2021년 발의된 후 2년 가까이 묵혀 있다. 법원과 사법질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공고히 하려면 죄에 합당한 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때다.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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