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일자리·사람 모일 사업에 집중투자…스마트팜·휴양시설 등 유력

◆정부, 지역활성화펀드 3000억 출자

재정·민간자본·산업은행 등 공동

SPC 설립·PF 대출로 자금 조달

규제 확 풀어 수익성·공공성 보장

지방보조금 효율 높일 신호탄 기대





내년부터 본격 운용될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 최초의 정책 펀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2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재정에 의존하는 소규모 투자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정과 민간 자본·금융 기법을 결합한 투자를 통해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펀드 첫 출시부터 최대 3000억 원까지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펀드 구조는 이렇다. 정부 출자로 조성된 모펀드에 민간·지방자치단체 등의 자본이 추가돼 투자 프로젝트별 자펀드가 결성된다. 이들이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사업을 주도하게 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대형화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PF대출에 특례 보증을 제공해 투자 위험을 낮출 계획”이라며 “사업을 지연시키는 각종 규제도 지자체의 주도로 빠르게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상도 광범위하다. 정부는 △수도권 소재 사업 △사행성 도박, 유흥주점, 위험물 저장 및 취급 시설 △단순 분양 수익 추구 사업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폭넓게 허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민간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각각 공공성과 수익성이 보장될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지방에 일자리와 사람을 모이게 할 사업에 주로 투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는 지자체의 투자 프로젝트 발굴을 돕고 있는데 스마트팜,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 복합 관광레저휴양시설 등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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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펀드의 재원은 정부 재정과 산업은행·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각각 1000억 원을 부담하는 구조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연간 1조 원을 100여 개의 지자체에 일괄 배분하는 식으로 설계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 중 일부를 펀드 재원으로 활용해 지출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실제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은 각 지자체가 시행하는 558개 사업에 분산 배분돼 한 사업당 평균 18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일자리를 만들고 거주하기 좋은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데 가장 기본”이라며 “고작 18억 원으로 유의미한 지역 활성화 사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한 지자체 공무원도 “금액 규모가 크지 않아 단발성 사업에만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 대응과는 무관하게 단체장 공약에 쓰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펀드가 성공적으로 출시될 경우 지방 보조금 지급 구조를 효율화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미래 수익성을 집중적으로 보는 민간 자본이 손잡고 투자하는 만큼 눈먼 돈처럼 뿌려졌던 보조금의 집행 관행에 변화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방으로 이전되는 대표적인 중앙 재원으로는 지방교부금과 국고보조금 등이 있다. 지방교부금의 경우 내국세의 19.24%를 떼내어 주는 탓에 2018년 49조 원에서 2022년 81조 원까지 불었다. 지자체의 핵심 사업을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역시 지난해에만 79조 5000억 원으로 연평균 약 13%씩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지방 이전 재원의 집행 효율성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 있다. 전문가들도 양질의 지역 투자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영상 한국주택금융공사 연구위원은 “지방의 경우 도시 재정비를 하려 해도 수익성이 낮을 공산이 커 외부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지역이 원활하게 민간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중앙이 돕는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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