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SKT '글로벌 텔코 AI 동맹'] 12억명 빅데이터가 무기…최태원 "AI 혁신으로 산업 대전환"

◆SKT·도이치·e&·싱텔 글로벌 AI 동맹

"빅테크에 질 수 없다" 위기감

아시아·중동·유럽 등 아울러

공동전선 마련해 AI 시대 대응

언어모델 개발에 공동투자·R&D

플랫폼 구축 후 마케팅 제휴도

최태원 SK 회장이 2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최태원 SK 회장이 2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서밋’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SK텔레콤(017670)이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과 인공지능(AI) 동맹을 구축한 배경에는 전통적인 통신업을 AI로 전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특히 생성형 AI 개발 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통신사들도 비교적 탄탄한 자본력과 언어 데이터를 지니고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메타 등이 주도하는 생성형 AI 개발 경쟁에서는 후발 주자다. 지금까지 ‘각자도생’ 전략을 펼치면서 정보기술(IT) 패러다임 전환을 따라가지 못하던 통신사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해 AI 시대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SK텔레콤 회장이 27일 주재한 ‘글로벌 텔코(통신사) AI 얼라이언스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한 통신사들은 모두 각 지역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이다. 도이체텔레콤은 유럽은 물론 T모바일로 미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12개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글로벌 최대 통신 기업 중 하나다. 아랍에미리트에 본부를 둔 e&그룹은 중동과 아프리카 16개국에서 통신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동 통신 업계의 강자다. 싱텔은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호주와 동남아 등 21개국에 진출한 아시아 대표 통신사다.

통신업은 특성상 음성·언어·이동 데이터 수집에 최적이다. 동맹에 참여한 각 사의 사업 영역이 동아시아·동남아·중동·유럽·미국을 아우르는 만큼 글로벌 주요국 12억 인구의 언어 데이터를 모두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이체텔레콤은 총가입자가 2억 4500만 명이고 e&은 1억 6400만 명, 싱텔은 7억 7000만 명에 달한다. 국내 1위 이통사인 SK텔레콤의 3100만 명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거대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4개사의 가입자 총합은 12억 10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5%가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과 얼라이언스 참여사들은 이를 바탕으로 빅테크가 주도하는 생성형 AI 기술 전쟁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맥킨지의 ‘생성형 AI의 경제적 잠재성’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매년 최대 약 5731조 원(4조 4000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사들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지 않고는 생존이 힘들다고 보고 연합을 결성하게 됐다. 나아가 AI를 발판으로 회선료에 기대는 전통적인 통신업의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최 회장은 이날 서밋을 주재하면서 “생성형 AI 혁신으로 전 산업과 기업을 송두리째 바꿀 만한 대안들을 발견하고 혁신적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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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참여사들은 AI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텔코 AI 플랫폼’ 공동 개발에 나선다. 향후 통신사별로 사용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공동 구축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AI 중심축이 될 LLM을 우선 구축한 후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비서) ‘에이닷(A.)’과 같은 서비스를 사별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참여사들은 각자 개발 중인 LLM을 공동 제공할 뿐 아니라 데이터 및 AI 전문 인력을 지원하고 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위한 신규 투자, 공동 연구개발(R&D) 논의를 위한 워킹 그룹도 운영하게 된다. 나아가 LLM 기반의 AI 서비스가 출시될 때 마케팅 제휴에도 나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각 사가 거대 플랫폼 개발에 따로 시간과 비용을 쏟지 않은 대신 공통 플랫폼 위에서 AI 서비스를 유연하게 현지화·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라며 “각 통신사가 국가별로 생성형 AI 기반 슈퍼앱 출시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글로벌 통신사 AI 연합을 주도한 것은 내수산업인 통신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AI 개발과 상용화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에 비해 생성형 AI 개발을 위한 한국어 빅데이터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이 있어도 빅테크와 경쟁하기에는 시장 규모가 작고 데이터도 부족한 것이다. 이에 SK텔레콤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스타트업들과 ‘K-AI 얼라이언스’를 구축하는 등 파트너십을 넓혀나가고 있다. K-AI 얼라이언스에는 사피온·베스핀글로벌·몰로코·코난테크놀로지·스윗·스캐터랩 등 AI 반도체·클라우드·광고 솔루션·소프트웨어·대화 서비스 기업 11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글로벌 통신사들과 연합으로 동맹군을 세계 각지로까지 넓히는 데 성공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번 얼라이언스 출범은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함께 성장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 산업 영역에서 AI 대전환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이끄는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밝혔다.


윤민혁 기자·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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