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그룹 1조 투입, 美 벤처투자 확대[시그널]

전자·엔솔 등서 8700억 출자

혁신기술 신사업 발굴 힘실어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사진제공=LG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사진제공=LG




LG그룹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투자를 현재의 2배 수준인 1조 원까지 확대한다. LG그룹 각 계열사의 미래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혁신 기술을 갖춘 신사업 발굴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는 지난달 27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두 번째 벤처펀드 조성을 위해 LG그룹 주요 계열사로부터 출자를 받고 있으며 기존 펀드와 합쳐 총 1조 원 가까이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투자문화 그룹에 전달…글로벌 CVC와 교류 넓힐 것"


LG전자(066570)LG에너지솔루션(373220)·LG유플러스(032640) 등이 최근 이사회를 거쳐 2500억 원의 신규 출자를 확정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펀드는 8700억 원까지 몸집을 불렸으며 다른 계열사들도 신규 출자를 위한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LG그룹이 2018년 5월 세계 최대 벤처클러스터인 실리콘밸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 세운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화학(051910)·LG디스플레이(034220)·LG유플러스·LG CNS 등이 출자하는 펀드를 조성해 현재까지 4억 8000만 달러(약 6100억 원) 규모로 운용돼왔다. 현재 주요 대기업 계열 CVC 가운데 운용 자산이 1조 원에 이르는 경우는 1999년에 설립한 삼성벤처스가 유일하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비교적 후발 주자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의 특성에 맞는 개별 펀드를 조성하고 각 계열사의 전문 인력이 테크놀로지벤처스 사업개발팀에 참여해 투자 기업들과 협업 사례를 만들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가 6월 2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투자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LG오픈이노베이션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LG테크놀로지벤처스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가 6월 27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 투자 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개최한 LG오픈이노베이션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LG테크놀로지벤처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적으로 투자하려면 사업 개발 능력과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CVC가 잘되려면 전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사업 개발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LG그룹 각 계열사 소속 사업 개발 전문가가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투자팀과 매일 토론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 파견 비용도 각 계열사가 아닌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를 통해 확보한 보수로 지급한다. 독자 기업이면서 운용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다.



CVC 중 삼성 이어 두번째 자산 1조…계열사와 투자기업 시너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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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흔히 CVC는 일반 VC에 비해 재무적 성과를 중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졌지만 우리는 실리콘밸리 VC 수준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면서 “기술이 좋고 트렌드를 잘 파악하고 인력도 좋은 벤처기업이 재무적 성과를 내고 결국 성장성을 가지며 그런 기업에 투자해야 전략적인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기업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투자 문화를 그룹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은 특정 기업의 투자를 받았다고 해서 그 기업에 종속되거나 정보를 독점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협업하면서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뉴욕 월가와도 다른 문화”라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또 투자 기업의 성장을 위해 자금뿐 아니라 다양한 경영 능력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는 VC가 투자 기업을 얼마나 성장시켰는가 하는 평판에 따라 투자 기회가 달라진다”며 “LG테크놀로지벤처스 역시 퀄컴이나 보쉬 같은 글로벌 기업 CVC와 교류하면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린스턴대와 캘리포니아공대에서 각각 전기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 기술전략실장 등을 거친 뒤 삼성벤처스 미국법인 부사장을 지내며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소재 등 30여 개 기업에 투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 설립 때부터 참여한 그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가상인간 서비스를 구현하는 인월드AI,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만드는 엘리먼트에너지, 몰입형 가상 모니터를 제조하는 브렐리온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인월드AI는 가상 캐릭터의 외양뿐 아니라 성격까지 구현하는 기술력을 LG유플러스의 어린이 대상 메타버스 서비스 키즈토피아에 적용하고 있다. 엘리먼트에너지 역시 LG그룹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 고도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렐리온은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헤드셋 없이 편안한 파노라마 모니터를 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는 “장기간 기술 개발과 수요처를 확보해야 하는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반 VC와 다른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고금리로 실리콘밸리의 투자가 위축되는 분위기에 대해 그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대표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주요 투자는 시리즈 A와 B의 초기 단계인데 투자 위축은 주로 후기 투자에 해당된다”며 “오히려 스타트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대형VC 역시 초기 단계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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