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애~, 응애~, 응애.”
지난달 28일 고려대안산병원 수술방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세 차례 연달아 들렸다.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아버지와 몽골 국적의 어머니에게서 세쌍둥이가 탄생하던 순간이다.
1일 고려대안산병원에 따르면 외국인 국적의 부모에게서 태어난 세쌍둥이 여아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임신 주 수 34주 만에 제왕절개를 통해 세상 밖에 나왔다. 흔히 37주 전에 태어난 아이는 미숙아 또는 ‘이른둥이’로 불린다. 임신 기간이 짧은 탓에 체중이 적고 임신 후기에 이뤄져야 할 발달 과정을 거치지 못한 탓에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NICU)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는 긴급한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해 출생 후 24시간 이내에 NICU에 입원한 미숙아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건강보험 자격이 없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출산조차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의료진은 부부가 세쌍둥이 출산에 소요되는 수천만 원 상당의 진료비를 지불할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산 기미가 보이는 산모와 세쌍둥이의 안전을 위해 출산을 감행했다.
수술실 밖에서 가슴을 졸이던 아이들의 아버지는 세쌍둥이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순산 소식을 전해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의료진은 이들이 미숙아인 점을 고려해 출산 직후 신생아 집중 치료실로 옮긴 뒤 건강 상태를 면밀히 체크하면서 필요한 처치와 간호를 제공하고 있다. 출생 후 나흘 동안 의료진의 극진한 보살핌이 이어진 덕분에 아이들은 서서히 건강을 회복 중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의료사회사업팀은 세쌍둥이에 대한 진료비 지원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한 송관흡 고려대안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에게 임신 중 고혈압 증상과 조기 진통으로 인한 조산 위험성이 있었다”며 “산모와 세쌍둥이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제왕절개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쌍둥이가 세상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며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퇴원 후에도 건강하게 자라기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2016년 의료계 첫 다문화 지원 센터 ‘로제타홀센터’를 열었다. 이후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 북한 이탈 주민 등 의료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