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용인시 기흥구 경기학생스포츠센터.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함께해요, 온가족 스포츠day’에 참여한 26명의 가족이 계단을 부지런히 오르내리며 각 층마다 준비된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수원과 화성, 그리고 용인에 거주하는 30~40대 부모와 초등학생 자녀들은 센터 안에서 한순간도 몸을 그냥 두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지난 5월 열린 ‘아빠와의 만남, 아빠와 함께하는 봄’ 행사의 시즌2이자 확장판이었다. 이전 행사가 바쁜 직장일 때문에 아이들과 놀아줄 형편이 안됐던 아빠들이 그동안의 미안함을 벌충하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행사는 엄마까지 포함해 온 가족이 함께 뛰고 구르는 가족 체육대회였다.
이날 가장 땀을 쏟은 종목은 농구였다. 높이가 각기 다른 3개의 림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자녀가 주어진 시간 내에 각자 골을 넣어 다득점자를 가리는 게임이었다. 김현중(수원 이의초교3학년) 군은 아빠 김우일, 엄마 이지예씨와 나란히 서 골 넣기 경쟁을 벌였다. 자신보다 몸집이 두 배는 큰 아빠의 슛을 방해하다 밀리면 엄마가 슬쩍 힘을 보태줬다. 경쟁 상대는 곧 다른 가족으로 바뀌었다. 가족 대 가족 구도로 치러졌지만 격렬한 몸싸움보다는 웃음 꽃이 만발했다.
아빠들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우월한 운동능력을 드러냈다. 장애물 넘기와 미니 축구에서 근력과 스피드가 두드러졌다. 아이 앞에 서면 이두박근을 뽐냈다. 센터 측은 아빠들만 돋보이게 놔 두질 않았다. 곧 이은 요가는 엄마들의 시간이었다. 여성 특유의 유연성을 뽐냈다. 반면 뱃살에 걸려 허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아빠들은 곤욕을 치렀다. 팔과 다리, 뼈와 뼈가 교차할 때마다 고무줄 튕기는 소리가 났다. 짧은 비명과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
참가 가족들은 U보드 게임에 가장 열광했다. 플라스틱 관을 허공에 이어 붙여 결승점까지 골프공을 가장 먼저 굴리면 이기는 게임이었다. 관을 제때 잇지 못하면 골프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때문에 팀워크가 필수적이었다. 7개 조의 팀워크는 제각각이었다. 승부욕에 불탄 아이들은 경쟁 조의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는 7개 조, 26명의 가족이 모두 하나의 다리를 이어 붙여 모두 함께 결승점을 통과했다.
김현중 군은 “부딪혀서 좀 아프기도 하지만 같이 힘들고, 같이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된 이날 행사의 마지막 순서는 2층 스포츠아고라에서 진행된 ‘우리가족 스포츠 명언’ 발표회였다. 김현중 군은 가족을 대표해 “오늘 우리가 흘린 땀은 내일의 밑거름”이라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김 군은 또래 친구들이 잘 이해를 못한 듯 하자 “오늘 우리가 열심히 했으니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원(용인 서원초교) 군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소개했다. 김군은 "우리 가족은 오늘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재균(화성 동탄중앙초교3) 군은 “상처는 우리들의 노력을 꺾을 수 없다”고 말해 가장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를 마친 가족들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아내면서도 “피서가는 것보다 낫다”고 입을 모았다.
홍정화(34·여)씨는 용인 상현중학교3학년 새빛초등학교4학년에 각각 재학 중인 딸 유소영, 유승연 양과 모처럼 활기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즐거워했다. 남편은 행사 종료를 앞두고 회사일 때문에 먼저 자리를 비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모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경쟁심을 자극하면서도 협동심과 스포츠맨십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내보였다. 홍씨는 더 많은 가족들이 스포츠를 통해 ‘가족애’를 느꼈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