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부처별 관점 다른 환경문제…정책 '힘' 가지려면 속도보다 '설득'이 중요"

[서경이 만난 사람 - 안병옥 환경공단 이사장]

"시민단체 활동땐 시속 100㎞ 외쳤지만

정책 실현 있어서는 동의에 집중해야"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4일 서울 여의도의 기후대응기금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이 4일 서울 여의도의 기후대응기금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안병옥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평소 업무를 추진할 때 뚜렷한 목표와 타깃을 중시한다.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일도 정책의 타깃을 분명히 하면 성과로 도출된다는 게 안 이사장의 소신이다. 그는 “작은 일도 성공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큰 성공도 이룬다”며 “성과가 아무리 작아도 그런 경험을 쌓은 사람은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그런 사례로 2019년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미세먼지계절관리제’를 꼽았다. 그는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에 대책을 호소하는 것 외에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그래서 일단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미세먼지와 관련해 작은 성과라도 낼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데 골몰했고, 그 결과 그가 제안한 정책이 바로 미세먼지계절관리제였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통상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철에 미세먼지 집중 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여기서 성과를 내면 국민들이 자신감을 갖고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쪽으로 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봤는데 실제로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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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사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출신으로 환경부 차관도 지냈다. 그는 공직자로서 일하면서 ‘속도가 빠르다고 늘 좋은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느꼈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는 환경 위기의 절박성을 항시 인식하며 활동했기 때문인지 (환경보호를 위한) 사회 변화 속도가 굉장히 빨라야 한다는 데 집착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러나 “(공직자로 일하면서) 환경부와 다른 가치를 갖고 일하는 부처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가 정책 실현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정책은 여러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동의를 얻어내고 이를 통해 탄탄한 근거와 입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함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운전에 비유하면 밖(시민단체 시절)에서는 ‘시속 100㎞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정부(환경부) 안에서는 속도보다는 다른 부처를 설득해 정부 전체의 동의를 얻은 뒤 그 힘을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환경이라는 가치만큼 중요한 다른 가치도 많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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