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대책 미흡으로 수천 명의 온열환자에 코로나19…식수도 부족하고, 더워서 얼음을 사려고 해도 바가지 가격…최악의 환경 조건으로 텐트 물도 안 빠지는 그야말로 안일한 운영…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내에서 발생한 성범죄까지….’ 이 같은 상황은 불과 며칠이 안돼 총체적으로 발생한 대한민국의 한 국제행사 품격(?)이다. 전북 부안에서 진행 중인 ‘2023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파행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가까스로 이어가고 있지만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 스카우트 대표단이 조기 퇴영하는 등 이미 반쪽짜리 국제행사로 전락해 버렸다.
전북도는 이번 잼버리를 통해 도가 보유한 문화자산에 창의성과 첨단기술을 더해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 산업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사실상 ‘잼버리 특수’는 커녕 이미지 실추를 걱정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예견된 사태…총체적 난국
7일 전라북도와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새만금 잼버리장에 입영한 153개 국가 중 150개 국가가 새만금 잼버리장을 지키게 됐다. 인원은 전체 4만2600여 명에서 3만6400여 명 가량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당초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열린 이번 잼버리 대회의 경우 세계 158개국의 청소년 4만3000여 명이 참가했으나 폭염 등으로 인해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 스카우트 대표단이 조기 퇴영한 상황이다.
특히 잼버리에 참가한 전북지역 스카우트가 영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해 지난 6일 조기 퇴소를 알렸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은 현장 프레스센터에서 "지난 2일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30∼40대로 추정되는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와 발각됐고, 100여명 정도의 목격자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단체에서 잼버리에 입소한 인원은 청소년 72명을 비롯해 80명이다.
김 대장은 열악한 의료 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온열 환자가 하루에 10명 이상 나오고 있는데, 인근 병원에서 올 수 있는 인원이 없어 지도자들이 아이들을 업고 병원에 실어 나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번 잼버리는 예견된 사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지만, 한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여전히 무덥고 습한 날씨에 창궐한 모기떼 등 각종 벌레에게 물려 병원을 찾는 대원들도 속속 집계되고 있어 대회 내내 해충 피해 또한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K-문화·체육·관광 조성 수정 불가피
이 같은 상황 속 전북도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 할 것을 보인다. 도는 성공 개최를 필두로 이미지를 국제적으로 높이고 새만금 개발사업을 앞당겨 지역개발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폭염과 조직위원회의 안일한 현실 인식, 허술한 준비 등은 결국 발목이 잡혀버린 모양새다.
전북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잼버리 대회 기간에만 방문객 9만여 명의 소비로 도내에서 755억 원의 생산 효과와 800여 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현재 전북도는 물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신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4월 ‘K-문화·체육·관광 산업거점, 전라북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조성계획에는 문화·체육·관광의 정책 목표와 10대 핵심전략, 40대 실행과제, 산업거점개념, 분야별 거점화 전략, 추진체계 등이 담겨 있으며,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 간 무려 4조 181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조성 계획 중심에는 당연히 잼버리도 포함돼 있지만, 왠지 모르는 씁쓸함만 묻어나 보인다.
그나마 대회 중단이 아닌 게 다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와 함께 잼버리 특수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북 지역사회의 목소리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멈출 줄 모르는 폭염 등으로 애로사항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정부와 전북도, 시군, 조직위, 자원봉사자 등이 힘을 합쳐 실시간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 대회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참가자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