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모자

신현정





나는 분명히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람들은 알아보지를 못한다



그것도 공작 깃털이 달린 것인데 말이다

아무려나 나는 모자를 썼다

레스토랑으로 밥 먹으러 가서도 모자를 쓰고 먹고



극장에서도 모자를 쓰고 영화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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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도 모자를 쓰고 그림을 감상한다

나는 모자를 쓰고 콧수염에 나비넥타이까지 했다

모자를 썼으므로 난 어딜 조금 가도 그걸 여행이거니 한다

나는 절대로 모자를 벗지 않으련다

이제부터는 인사를 할 때도 모자를 쓰고 하리라.

남이 씌워준 모자는 감투다. 모자는 높아서 우러러 본다. 높은 만큼 무겁다.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모자가 자신인 줄 알기 쉽다. 책임지지 않고 군림한다. 어떤 이에게는 감투 대신 신발을 신겨주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모자는 스스로 쓴 모자다. 제 마음 높은 곳에 썼으니 아무도 우러르지 않는다. 아무도 빼앗지 못한다. 스스로 쓴 모자는 무겁게 누르지 않고 날개처럼 띄워준다. 자신만의 모자를 쓴 사람은 자유롭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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