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퍼터의 슬로건 중 하나는 ‘넘버1 퍼터 인 골프’(#1 PUTTER IN GOLF)다. 전 세계 주요 투어에서의 선수 사용률은 4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캘러웨이에 따르면 오디세이 퍼터는 1998년 이후 지난해까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1180개 대회에서 239승, 같은 기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799개 대회에서는 278승을 거뒀다. PGA와 LPGA 투어에서의 우승 확률이 각각 20%, 35%나 되고 20여년간 거둔 승수는 517승이다.
특히 계약금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오디세이 퍼터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많다. 캘러웨이는 대가 없이 사용하는 선수와 계약 선수의 비율을 대략 7대 3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약 없이 사용하는 선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건 그만큼 오디세이 퍼터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수와 용품과의 궁합도 중요한데 욘 람은 오디세이를 만난 후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대표적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람은 첫 메이저 제패(2021년 US 오픈)와 첫 마스터스 우승(2023년)을 모두 오디세이 퍼터(화이트 핫 OG 로시 S)와 함께 했다.
오디세이 퍼터가 ‘그린의 지배자’로 군림해 온 기간은 대략 20년이다. 만만치 않은 경쟁 브랜드들을 제치고 수많은 선수와 골퍼들의 선택을 받은 비결은 뭘까. 그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1991년 첫 시작부터 ‘필링’에 집중
오디세이는 1991년부터 퍼터를 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처음부터 타구감에 큰 공을 들였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작품이 로시Ⅰ과 로시Ⅱ였다. 반달 모양의 말렛 헤드에 1피스 구조였던 이 퍼터들의 또 다른 특징은 소재였다. 스트로노믹(Stronomic)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소재는 고무나 플라스틱과 비슷한 것으로 그 당시 딱딱한 볼과 궁합이 딱 맞았다. 오디세이 퍼터는 특유의 부드러운 필링 덕에 선수들 사이에 호평을 얻으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오디세이 퍼터가 한 단계 더 도약한 건 1996년이었다. 지구상 골프계의 가장 유명한 이벤트인 마스터스에서 닉 팔도가 듀얼포스 로시Ⅱ 퍼터로 우승한 것이다. 듀얼포스 로시 Ⅱ는 스트로노믹을 페이스에 삽입한 최초의 인서트 퍼터였다.
캘러웨이가 오디세이를 인수한 건 1997년이다. 그들은 오디세이 브랜드를 그대로 두고 자신들의 퍼터 라인으로 확장했다. 캘러웨이가 인수한 4년 뒤인 2001년, 오디세이는 퍼터 시장에서 ‘매직’을 선보였다. 화이트핫 2볼 퍼터가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이 퍼터는 골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퍼터 중 하나로 꼽힌다.
2볼 퍼터의 디자인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헤드 뒤에 실제 볼과 크기가 꼭 같은 2개의 하얀색 볼이 그려져 있을 뿐이다. 단순미 넘치는 이 디자인은 과학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어드레스 자세를 잡을 때 골퍼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볼과 퍼터의 정렬을 아주 쉽게 만들어준다. 2볼 퍼터는 지나치게 민감하지도 않다. 커다란 헤드는 비틀림에 대해 큰 저항력을 가지고 있다. 중심을 벗어난 퍼팅에 블레이드 퍼터는 한쪽으로 흔들 수 있지만 2볼 퍼터는 이를 이겨낸다.
“볼 소재를 사용하는 건 어때”…신화의 시작
2볼 퍼터 인기의 또 다른 비결은 타구감이었다. 그 유명한 화이트핫 인서트가 페이스에 사용돼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준 것이다. 스트로노믹 이후 개발자들이 새로운 소재를 찾고 있던 차에 캘러웨이의 창립자인 일리(Ely) 캘러웨이가 “볼 커버와 똑같은 소재를 사용해 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했다. 캘러웨이의 첫 번째 볼인 룰 35에 사용된 우레탄으로 만든 게 화이트핫 인서트다.
인서트 소재는 무조건 무르다고 좋은 건 아니다. 너무 부드럽거나 타구음이 작으면 거리 조절에 애를 먹기 때문이다. 화이트핫 인서트는 일반적으로 짧은 퍼트에서는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강하게 때리는 롱 퍼트에서는 좀 더 선명하고 높은 톤의 소리를 냈다.
2볼 퍼터와 화이트핫 인서트는 오디세이를 단숨에 ‘그린의 지배자’ 위치로 끌어올렸다. 이후 메탈 X, 다마스커스, 퓨전 RX, SX, 마이크로힌지 등 다양한 인서트가 개발됐지만 오리지널 화이트핫 인서트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골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캘러웨이는 2021년부터 화이트핫 OG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데 OG는 오리지널 갱스터(Original Gangster)의 약자로 ‘원조’를 뜻한다.
툴롱 합류로 프리미엄 시장 입지 강화
오디세이는 페이스 인서트 퍼터 시장에서는 강세를 보였지만 쇠를 깎아 만드는 밀드 퍼터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이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2016년 툴롱 디자인 인수다. 오랜 기간 밀드 퍼터를 만들어온 션 툴롱이 설립한 툴롱 디자인은 하이엔드 퍼터를 만드는 회사였다. 오디세이는 툴롱 디자인 인수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디세이의 투어 지배력과 넘버원 퍼터로서의 지위는 얼마나 더 유지될까. 캘러웨이는 1982년 창립 후 지금까지 클럽과 볼, 그리고 퍼터 시장에서 굵직굵직한 혁신들을 주도해 왔다. 퍼터에서는 스트로크 랩 샤프트, 버사와 트리플 트랙 정렬, 최근의 라켓 호젤까지 다양한 기술을 선보여 왔다. 룰 35 볼과 퍼터 인서트의 사례가 보여주듯 각 분야가 서로 맞물려 시너지 효과도 발휘하고 있다. 오디세이의 서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끝을 맺지 않고 새로운 스토리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변혁을 이끈 오디세이의 주요 테크놀로지
▲버사(Versa)=말 그대로 대비를 의미한다. 퍼터 크라운에 ‘블랙-화이트-블랙’의 강렬한 시각적 대비를 줘 직관적으로 목표 방향에 정확히 정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스트로크를 할 때 페이스 앵글을 부각시켜 집중력을 높이고 정확한 퍼팅이 가능하도록 한다.
▲트리플 트랙(Triple Track)=크라운에 ‘파랑-빨강-파랑’ 3개의 선을 그은 것이다. 트리플 트랙은 2개 이상의 물체가 평면상에서 일렬로 서 있는지를 판별하는 능력인 배열 시력을 강화해 높은 정렬의 정확도를 제공한다. 크롬소프트 볼에도 동일한 기술이 적용돼 있어 최상의 조합을 이룰 수 있다.
▲스트로크 랩 샤프트(Stroke Lab Shaft)=스트로크 랩 샤프트는 2가지 소재로 만들어졌다. 팁 쪽(헤드 쪽)은 은색 스틸인데 비해 나머지 부분은 빨간 그라파이트다. 무게도 가볍다. 보통의 스틸 퍼터 샤프트는 110g 정도인데 스트로크 랩 샤프트는 70g 내외로 대략 40g 덜 나간다. 따라서 그만큼의 잉여 무게를 헤드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 사용할 수 있다. 무게 배치의 유연성은 스트로크의 일관성 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라켓 호젤(Racket Hozel)=오디세이의 최신 모델인 트라이빔(Tri Beam) 퍼터에 적용된 기술이다. 테니스 라켓 디자인에서 출발한 이 호젤은 일반 호젤보다 훨씬 더 넓게 헤드와 연결되고 지탱해줘 헤드의 뒤틀림을 방지한다. 삼각형이지만 일반 호젤과 무게는 같다. 호젤의 힐 부분을 수직으로 해 셋업 시 어색함이 없도록 했다. 트라이빔은 트라이앵글(Triangle)과 건물의 기둥 역할을 하는 빔(Beam)의 합성어다.
▲라켓 호젤의 효과 얼마나 될까=오디세이 퍼터의 최신 기술인 라켓 호젤은 실제 그린에서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까. 캘러웨이골프 코리아가 한국스포츠산업기술센터(KIGOS)와 공동으로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방법은 퍼팅 실험 로봇으로 3m 거리에서 일반 호젤의 블레이드 퍼터와 트라이빔 퍼터로 페이스 중심에서 좌우 1.5cm 벗어난 스트로크를 했을 때의 거리와 방향 차이를 비교했다.
일반 퍼터의 경우 토와 힐에 임팩트가 됐을 때 거리는 각각 31.2cm, 11.7cm 짧았다. 방향은 각각 5.9cm, 10cm 벗어났다. 반면 트라이빔 퍼터는 토와 힐에 맞은 타구에서 거리는 각각 3.7cm, 2.6cm 짧았다. 방향은 1.6cm, 0.6cm 벗어났을 뿐이다.
투어에서 트라이빔 퍼터를 사용해본 선수들은 “셋업을 할 때 안정감을 제공한다. 삼각형 모양의 라켓 호젤 덕분에 스위트 스폿에 볼이 맞지 않더라도 거리와 방향성에서 큰 편차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