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취업자 수가 32만 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예상했던 10만 명보다 3배 넘게 상향 조정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외부 활동과 돌봄 수요가 늘며 대면 서비스와 보건복지업 중심으로 취업자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가 확대되는 등 노동 공급 상황 역시 나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첫 고용 성적표는 양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률은 63.2%로 1982년 7월 월간 통계가 작성된 후 동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업률은 2.7%로 1999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성과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제활동이 늘며 경제활동 참가율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0.2%포인트 오른 65.0%로 집계됐다. 7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표면적으로는 개선됐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할 만한 처지가 아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만 1000명 늘었다. 2021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0만~40만 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20만 명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기상이변으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컸다. 폭우 탓에 일용직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 8000명 줄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림어업 관련 취업자 수 역시 4만 2000명 감소했다.
예상보다 길어진 경기 둔화에 따른 타격은 한층 뚜렷해졌다. 핵심 산업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3만 5000명 줄었다. 전월 감소 폭(1만 명)보다 3배 이상 커진 것으로 올 들어 7개월 내리 감소세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와 석유제품·선박 등 품목의 수출 감소와 생산 부진이 계속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 또한 고용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 수는 4만 3000명 줄어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6월 건물 착공 면적이 전년 대비 38.3% 급감한 영향이 컸다.
남성 근로자 비중이 70% 이상인 건설업·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며 남성 취업자 수는 3만 5000명 줄어들었다. 남성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최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향후 고용 실적에도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며 “지난해 좋았던 고용 상황에 대한 기저 효과, 건설 경기가 살아나는 정도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 양극화도 심각하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만 8000명 늘었는데 청년(15~29세) 취업자 수는 13만 8000명 줄었다.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세는 지난해 11월부터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고령화로 청년 인구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이 같은 영향을 떼어놓고 본 고용률도 떨어져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청년층 고용률은 47.0%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줄었다. 전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떨어진 것이다.
특히 구직 활동, 취업 준비를 하지 않고 그저 쉬었다고 답한 청년층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40만 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늘었다. 60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연령층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보통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게 ‘쉬었음’의 주요 이유임을 고려하면 청년들의 일자리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상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 쉬었음 인구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전망 역시 좋지 않다. 제조업·건설업 경기가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취업자 수 증가세가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상 8월은 폭염과 태풍 등으로 기상 변동이 잦은 기간이다. 건설업·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더 큰 폭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시작된 고용 호조세를 최대한 오래 이어지도록 하는 게 목표”라며 “고용 불확실성에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