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추경의 득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고령화·저성장으로 재정 악화 우려

포퓰리즘 기댄 돈풀기는 경계해야

수출·내수경기 동반 경착륙 조짐땐

재정정책 운용 유연한 선택 필요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부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성장률을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경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다.

추경의 득실을 비교해 보자. 먼저 추경의 손실을 보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코로나19로 재정 지출이 늘어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50% 중반대까지 높아져 있다. 아직 국제적 위험 기준치인 60%에는 미달하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앞으로 재정 건전성이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외에도 추경은 수요를 늘려 2%대에서 안정세를 보이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도 있다.



반면 추경의 이득은 과도한 경기 침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위기는 경기 경착륙에서 발생한다. 자본이 자유화된 개방경제에서는 경기가 경착륙하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나고 자본 유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환 및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경기를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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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연초 상저하고의 경기를 예상했지만 대중국 및 반도체 수출 회복 속도가 늦어지면서 하반기 경기회복이 불확실해졌다. 여기에 미국은 임금 인상 때문에 잘 잡히지 않는 끈적한(sticky) 인플레이션으로 하반기에 추가로 정책금리를 높일 것이 예상되며 이러한 고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높일 경우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 또한 금리를 한 차례 이상 높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세계경기 회복 속도가 늦어지고 한은 금리 인상으로 국내 경기가 위축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면서 경기 경착륙이 우려된다. 그러잖아도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면서 환율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국내 경기마저 침체가 심화할 경우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추경의 경기 안정 효과를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중소기업과 서민들은 코로나19를 견뎌냈다. 그러나 연이은 고금리 충격에는 버티기가 어렵다. 고금리 초기에는 저축해둔 자금으로 버티지만 고금리가 지속될수록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금융 부실이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 침체까지 심화되면 서민과 소상공인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도 또한 하락할 수 있다. 수요를 늘려 물가를 높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 오르고 있는 물가는 수요 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제 원유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다.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금리 인상과 같은 수요 억제책으로 낮추기는 어렵다.

하반기 수출이 늘어나 성장률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1.4% 이상이 되면 추경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목표 성장률에 미달한다면 추경을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정 지출이 포퓰리즘에 의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경기 경착륙을 피하기 위한 재정 지출은 필요하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피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책 당국은 재정 정책 운용에서 유연한 정책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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