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母子가 짜고 신고가 1년뒤 계약 취소…공인중개사 개입 정황도

[주가조작 뺨치는 집값 조작]

◆ 시세조작 수법 '천태만상'

법인직원·가족간 자전거래 등 다양

80%가 집값 급등기 2021년 집중

미등기 317건도 적발 과태료 조치

수익 상관없이 처벌 동일…개선 필요





부산에 위치한 C법인은 2021년 12월 분양받은 아파트를 법인 직원 D 씨에게 신고가(3억 4000만 원)로 매도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D 씨는 9개월 후인 2022년 9월 계약을 해지했고 C법인은 계약금을 몰취하지 않고 D 씨에게 되레 반환했다. 그 사이 추격 매수가 붙어 실거래가가 올랐고 C법인은 보유한 주택 다수를 신고가 수준에 매도했다. 매매계약을 허위로 신고해 시세를 띄운 뒤 보유 주택을 비싼 가격에 팔아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2년간 집값 띄우기가 의심되는 1086건의 아파트 거래 현황을 전수조사해 적발한 541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보면 그야말로 유형이 다양하다. 법인과 직원 간, 혹은 가족 간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 띄우기부터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계약 신고·해제를 반복하며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린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전체 적발 건의 80%가 아파트 값 급상승기인 2021년 1월부터 2022년 1월까지 거래된 건이었다.

경기도에 있는 E법인의 대표는 2021년 12월 법인에 아파트 3채를 신고가로 매도했다가 두 달 뒤 계약 해제를 신고했다. 3건의 거래 모두 계약금을 비롯한 거래 대금 지급 내역이 없었고 그중 한 채는 계약 해제 후 다른 법인에 더 높은 가격으로 팔아 집값 띄우기에 성공했다.



공인중개사가 시세 조작에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F 씨는 자신의 아파트를 3억 7800만 원에 매도했다고 신고했다가 두 달 만에 계약을 해제했다. 하지만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가 중개 수수료를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고 해당 중개사는 해당 단지의 동일 평형 중 신고가로 계약 신고·해제를 두 차례 반복한 것이 드러나 가격 띄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밖에 부산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계약서 없이 구두로 종전 최고가(3억 8000만 원)보다 높은 4억 2000만 원에 2021년 3월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신고한 후 1년 뒤 계약을 취소한 사례도 있었다. 역시 실거래가를 띄우기 위한 자전거래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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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이 같은 자전거래 및 허위 신고 의심 거래 32건을 비롯해 총 541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적발했으며 이 중 164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위반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에, 14건은 공인중개사법 위반으로 경찰청에 통보했다. 소득세 탈루 등이 의심되는 429건은 국세청에 알렸다. 자전거래 및 허위 신고 의심 사례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경기도로 13건(40.6%)이었고 서울이 5건, 인천·부산·전북이 3건으로 뒤를 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세조종 목적으로 신고가 신고 후 해제하는 법인·법인대표 간 및 법인·직원 간 거래, 공인중개사 개입 거래 등 다양한 유형의 의심 거래를 발견했다”며 “특히 집값 급등기에 시세 띄우기 거래가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 밖에 소유권 이전등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거래 건도 별도로 조사했다. 분석 대상은 계약 해제 시 신고가 의무화된 2020년 2월 21일부터 지난해 6월까지 이뤄진 145만여 건의 아파트 거래다. 잔금 지급일 후 60일 내 소유권 이전등기 신청이 없는 거래 내역을 지자체에 통보했고 이 가운데 위법 사항 317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미등기 과태료 부과를 위한 지자체 통보 건은 경기도가 84건(26.5%)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2%), 대전(5%), 서울(4.4%)이 뒤를 이었다. 적발된 317건의 거래 유형은 △허위 거래 신고 △계약 해제 후 미신고 △정상 거래 후 등기 미신청 등으로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허위 신고는 3000만 원 이하, 해제 신고 미이행은 500만 원 이하, 등기 해태는 취득세 5배 이하다.

국토부는 시세 띄우기를 위한 허위 신고나 해제 신고 미이행으로 생기는 집값 교란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25일부터는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공개 시스템에 등기 완료 여부 및 등기일을 표기하도록 했다. 올 10월 19일부터는 재산상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거짓 거래 신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부동산거래신고법상 벌칙 규정이 강화된다. 이전에는 거래를 중개하는 공인중개사들만 처벌했는데 거짓 신고를 하면 매수인·매도인 당사자들도 처벌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부동산 시세 교란 행위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가조작은 범죄 수익에 따라 5억 원이 넘을 때는 3년 이상, 50억 원이 넘으면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는데 부동산 시세 조작은 수익에 상관없이 처벌 수준이 동일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띄우기는 기본적으로 증권시장에서 허수 주문과 같은데 주가조작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고 보인다”며 “형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9일까지 신고가로 신고된 서울 아파트 건수는 3716건(최근 2년 간 최고가·해제 계약 포함)이며 이 가운데 1525건의 경우 아직 등기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 1525건 중 계약 신고가 됐다가 해제된 건수는 108건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연구원은 “신고가 미등기 중 계약 해제된 건은 실제로 집값 띄우기용 의심 거래로 볼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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