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매운 맛을 맡은 스리라차 소스가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스 중 하나인 스리라차 소스는 핵심 원재료가 오랜 가뭄으로 인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며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를 활용해 맛을 내던 레스토랑부터 소비자들까지 스리라차 소스 사재기 현상이 벌어져 소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 6월부터 스리라차 소스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도 스리라차 소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붉은 할라페뇨 고추를 베이스로 소금, 설탕, 마늘 등을 첨가해 매운 맛을 내는 양념이다. 이 소스의 ‘원조’로 통하는 캘리포니아주 소재 식품업체 후이퐁 푸드는 3년 째 생산에 차질이 벌어졌다. 수탉 라벨로 유명해 ‘닭표’ 소스로 알려진 후이퐁은 연간 5만톤에 달하는 할라페뇨를 활용해 소스를 만들었다.
스리라차 소스는 칼로리가 ‘0’인 덕분에 국내에서도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 년 째 할라페뇨 주요 생산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뉴멕시코주, 멕시코 일대에 가뭄이 이어지며 사실상 수확이 중단됐다. 자연기후변화(NCC)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멕시코 북부는 12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벌어졌다.
원재료 부족으로 인해 스리라차 소스 생산마저 멈추자 재고 물량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월마트에서 7.99달러(한화 약 1만600원)에 판매됐던 28온스 스리라차 소스 한 병이 올해는 최고가 70달러(약 9만3000원)의 가격으로 온라인 상에 올라와 있다. 9온스 병은 2달러(약 3000원)에 판매됐지만, 최근 30달러(약 34만원)를 넘겼다.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서는 17온스 2병을 묶어 130달러(약 17만원)에 판매하는 글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분간 미국과 멕시코에 가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스리라차 소스의 품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농무부는 최근 멕시코에 대해 “계절에 맞지 않게 덥고 건조한 날씨로 농작물에 스트레스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스리라차 소스를 구하려는 소비자들은 해외 다른 국가로 ‘직구(직접 구매)’를 선택하거나 메뉴를 변경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64세)씨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스리라차 소스를 구매했다. 그는 “미국 전역을 살펴봐도 스리라차 소스가 터무니 없는 가격에만 구입이 가능해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며 “장기간 소스를 구할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해 메뉴를 변경하는 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일부 판매처에서는 스리라차 소스의 품절 현상이 빚어지거나 남은 재고의 가격이 올라가는 등 영향을 받고 있다. SSG마켓을 비롯해 일부 판매처는 이미 스리라차 소스가 솔드 아웃 상태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소스 가격도 100g 기준 1000원대에서 최소 6000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이마저도 1인 당 1병이라는 구매제한이 걸리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매운 맛 열풍으로 인해 스리라차 수요가 증가 추세였지만, 품귀 현상으로 인해 가격이 점차 오르고 있다”며 “노브랜드 스리라차 소스 등 대체 상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