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도미노피자가 지난해 2월 한 판에 49루피(약 750원)인 피자를 출시했다. 이는 세계 도미노피자 메뉴 중 가장 싸다. 지름이 성인 한 뼘도 안 되는 7인치(약 18cm)에 토핑도 적은 ‘1인 피자’이지만 인기가 높아 올 4월 2종을 추가로 내놨다. “도(밀가루 반죽)밖에 씹히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지만 업체로서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특히 저수익을 감수하고도 이 같은 전략을 펴는 것은 인도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것은 세계 최대 인구(14억 명) 대국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1억 달러(약 2조6670억 원) 규모인 인도의 피자, 버거, 치킨 시장은 2027년까지 매년 1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장기간 고물가에 시달리는 인도에서 글로벌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수익을 포기하며 벌이는 출혈 경쟁을 집중 조명했다. 이 49루피짜리 피자에 맞서 피자헛은 지난해 79루피 피자를 출시했다. 맥도널드도 저가 경쟁에 가세해 지난달 버거 ‘2+1’ 행사를 벌였다.
사메르 케타르팔 인도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물가에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수익을 짜내려고 노력한다”며 “49루피 피자는 생존을 위한 필살기”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인도 도미노피자는 비용 절감 노력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포장 주문 고객에게는 뚜껑 없는 피자 박스를 제공한다. 피자 한 판당 0.6센트를 아끼는 데 불과하지만 전체 매출의 63%가 포장 주문이어서 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으로 상자 값이 지난해 약 30%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월별 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0년 이후 4%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년 동기 대비 4.8%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12%나 올랐다. 특히 토마토는 한 달 만에 288%나 올라 맥도널드는 이달 7일 버거에서 토마토를 뺀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