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사법입원제 도입이 시급하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사회적 고립이 낳은 정신적 결핍

묻지마 칼부림 등 범죄 주원인

검사·판사가 결정 사법입원제

빨리 시행 무고한 희생 막아야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사이코패스를 주제로 뇌를 연구하던 과학자가 있었다. 그는 연쇄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의 뇌를 스캔해 특징을 분석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연구실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뇌 스캔 사진을 발견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 사진은 바로 자신의 것이었다. 심한 충격을 받은 그는 자신의 조상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조상 가운데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범들이 있음을 알았다.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뇌신경학자 제임스 팰런의 이야기다. 그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뇌를 물려받았으나 연쇄살인 대신 모범적인 학자와 가장의 길을 걸었다. 이유는 뭘까. 그는 ‘유전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사랑으로 양육되고 학습된 사람이라면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죄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는 형사정책의 오랜 테마 중 하나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학자는 유전적 요인이 환경적 요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팰런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뇌 스캔 사진을 본 후 달라졌다.



최근 ‘묻지 마 범죄’가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여론은 앞다퉈 범인들의 정신질환 같은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묻지 마 범죄의 원인을 전부 정신질환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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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묻지 마 범죄를 겪고 원인을 분석해왔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이 원인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사회적 유대 관계 결여가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정신적 결핍으로 이어져 범죄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원인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신림역이나 서현역 사건 역시 유사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대책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 고립’을 치유하는 것이 너무 막연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국의 사례가 주목된다.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를 신설했다. 고독이 흡연이나 비만 같은 수준의 사회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외로움·고독 같은 사회적 고립이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사회적 유대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독부는 국민들의 고독감을 줄이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마련했다.

다음으로 정신질환자 치료에 대한 문제다. 서현역 사건의 범인 역시 조현성 인격 장애(분열성 성격 장애)를 앓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0년까지만 치료를 받고 2020년 이후부터는 치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신질환자의 의사에 반해 입원 치료를 받게 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개입해야 한다. 행정입원 제도가 그것이다. 하지만 행정입원은 강제력을 부여하기 어려워 한계에 봉착했다.

그래서 사법입원 제도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사법입원은 공익 대표자의 지위를 가진 검사의 신청과 판사의 결정으로 입원을 강제한다. 따라서 인권 보장과 효율성 면에서 강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진주 아파트 방화 사건 등을 계기로 논의가 촉발됐으나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도, 무고한 희생을 막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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