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이들에게 비수도권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통 큰 세제 혜택을 내걸었다. 올해 부동산 거래 감소로 세수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지만 경제 살리기와 주거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대폭적인 지방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주요 재원인 취득세 감소로 지방재정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번 지방세법 개정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17일 발표한 ‘2023년 지방세입 관계 법률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에서 2년 이상 운영한 회사를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에 취득세 50%, 재산세 75% 감면 등 전폭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이다. 지자체 조례로 취득세의 50%포인트를 추가 감면할 수 있어 기업 유치가 절실한 지역에서는 100%까지도 감면할 수 있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2011년부터 해외에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복귀하는 국내 기업에 소득·법인세를 감면해 주고 있지만 지방세 감면 혜택까지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수 위축 우려에도 유턴 기업에 지방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정부가 여러 당근책을 주는데도 기업들이 국내 복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24개사로 전년 26개사보다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국내 기업이 신설한 해외 법인 수가 2456개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개사가 진출하면 돌아오는 기업은 단 1개사에 그친다는 의미다. 2014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후 8년간 돌아온 기업은 126개사에 그쳤다. 미국 유턴 기업이 강력한 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2014년 340곳에서 2021년 1844곳으로 급증한 모습과 대비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정부는 국세뿐만 아니라 지방세 감면 혜택까지 제시했다. 정부는 최근 올 하반기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전략산업 유턴 기업에 최소 외국인 투자 수준(투자 금액의 50%)을 지원하고 유턴 세제 혜택이 인정되는 업종 동일성 기준을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정이 유턴 기업에 대한 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 기간을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도록 세법 개정까지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세와 지방세 감면 혜택이 동시에 이뤄지면 기업의 국내 복귀 및 투자가 활발해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그림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이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만큼 파산·회생절차 중 법원 촉탁 또는 등기소 직권으로 이뤄지는 등기·등록은 등록면허세를 예외 없이 비과세한다. 법인 지방소득세 안분 신고 오류 시 적용되는 가산세율은 종전 20%에서 10%로 감경한다.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거나 오염 물질 저감 설비 등 친환경 기술을 사용하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취득세율도 1~2%포인트 경감한다.
기업뿐만 아니라 서민 경제와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출산 자녀와 함께 거주할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를 500만 원 한도 내에서 100% 면제해준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인명 사고 유가족에 대한 지방세 감면 지원을 법정화하고 재난으로 인적 피해 발생 시 취득세(상속 취득분), 주민세 등을 100% 감면한다. 보훈·보상 대상자의 자동차 취득세와 자동차세도 50% 감면한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으로 국민과 기업에 총 820억 원의 세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부동산 거래 감소로 세수가 대폭 줄어든 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부동산 거래량은 주택(-11.5%), 건축물(-25.4%), 토지(-27.3%) 모두 전년 대비 급감했고 취득세 징수액도 같은 기간 3조 2783억 원 줄었다. 국세와 연동된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규모도 감소 추세다. 지자체의 한 세제 담당자는 “지방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도권에서는 출산 가정에 주는 취득세 감면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비수도권의 경우 기업 유치가 필요하겠지만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어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