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매출이 0원인데 신약 연구개발(R&D) 팀원 연봉이 1억 원에 달합니다. 이마저도 다른 회사에 뺏길까봐 올해는 더 올려줘야 할 듯하네요.”
최근 기자가 만난 서울 구로구의 한 바이오텍 임원은 바이오 업계의 극심한 인력난을 한탄했다. 대표적 성장 산업인 만큼 제약·바이오 업계에 우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는 예상했지만 회사 존폐를 위협할 만큼 인력난이 심각할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기업들까지 바이오산업에 뛰어들며 인재 풀은 바닥나고 임금 수준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향후 5년간 바이오헬스 산업에 10만 8700여 명이 필요하다지만 공급 인력은 3만 4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실제 올해 2분기 바이오 기업의 인건비 지출 규모는 확대되고 있다. 팬데믹 종료 후 올해 상반기 64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같은 기간 안재용 사장과 김훈 이사에게 각각 36억 5000만 원, 36억 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3년 전 3600만 원에서 현재 5000만 원 수준으로 38.8%가 올랐다. 같은 기간 알테오젠은 3016만 원에서 5889만 원, 레고켐바이오는 3100만 원에서 4600만 원으로 뛰었다. 이 중에서도 석·박사급 R&D 인력과 핵심 임원진의 급여 인상률은 더욱 가팔랐다. 인재 유치전이 가열되다 보니 경쟁사 간 소송전까지 번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이 대표적이다.
바이오 업계 인력난에 따른 임금인플레이션 현상은 3~4년 전 정보기술(IT) 업계의 전례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정된 인재를 대기업이 흡수하며 중소기업은 고사하고 중장기적으로 대기업의 성장성도 고임금이 발목을 잡는 흐름이 비슷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오 인력난을 업계 최대 위기 요소로 꼽는다. 정부에서 발표한 마이스터고, 바이오헬스 계약학과 운영 등의 대책으로는 역부족이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따른 외국인 기술사 소득세 감면 기간 연장도 필요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한 인프라 지원, 인재 유치 세제 혜택 등에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바이오 업계 스스로도 경쟁사 간 인력 유치 ‘치킨게임’과 회사가 휘청거릴 정도의 고임금 지급은 자제해야 한다. 임금인플레이션이 바이오벤처의 수명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