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한문연) 회장 선거가 개최 10개월만에 불승인됐다. 이에 따라 재선거가 실시되고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문연가 제출한 이승정(사진) 당선인의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신청을 17일자로 반려(불승인)했다고 18일 밝혔다. 문체부 측은 “선거 이후 실시한 사무검사 결과, 정관 등에 명시된 범위를 벗어난 투표권 위임, 회장선거관리위원의 공정선거의무 위반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승인의 근거인 당선인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승정 씨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부회장과 한국예총 전라남도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2019년부터 한문연 회장을 맡아왔다. 이후 지난해 연임을 위해 출마했었다.
문체부에 따르면 한문연은 2022년 8월 30일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했고, 이날 당시 회장이던 이승정 씨가 10표차로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 직후 당선인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과 회장선거관리위원회 불공정성 관련 민원이 접수됐고, 이에 문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해당 선거에 대한 사무검사를 실시했다.
사무검사 결과, 정관 및 규정을 벗어난 투표권 위임사례가 확인됐다. 한문연 정관에 따르면, 회원(문예회관)의 대표자는 사고 또는 궐위 등 특별한 사유로 총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에 회원의 직원 또는 다른 회원의 대표자에게 권리를 위임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무검사에서, 회원의 대표자가 다른 회원의 대표자에게 위임한 투표권이 다시 그 다른 회원의 직원에게 위임된 ‘재위임’ 사례가 10건 발견되었으며, 이는 정관 등에 명시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 문체부의 주장이다. 무기명으로 행사하는 투표권의 특성상, 그 위임은 정관 등에 명시된 범위 내에서 엄격히 제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당선 결정 이후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별도로 불인정 처리한 위임 5건을 포함하면, 투표권 불인정으로 무효표에 해당하는 표수는 총 15건으로 후보자 간 표차인 10표를 넘어선다. 문체부는 지난해 12월 사무검사 결과를 양측 후보자에게 통보하고, 올해 2월부터 6월에 걸쳐 한문연 측에 총회를 통해 투표의 재위임 인정 여부를 결정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한문연 측은 현재까지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문체부는 “이번 회장 취임 신청 반려(불승인)와 동시에 기관의 정상 운영을 위하여 재선거를 속히 추진할 것을 한문연에 통보했으며,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추진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