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지오엘리먼트, 日 40년 독식한 '액상프리커서 기화 공급장치' 국산화

지오엘리먼트의 액상 프리커서 기화 공급 장치. 사진제공=지오엘리먼트지오엘리먼트의 액상 프리커서 기화 공급 장치. 사진제공=지오엘리먼트




지오엘리먼트(311320)가 일본에 100% 의존했던 반도체 장비 부품 '액상 프리커서 기화 공급장치'를 국산화했다. 국내 장비 업체 공급은 물론 주요 칩 제조사와 해외 유력 장비 회사까지 거래선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토종 기업인 지오엘리먼트는 반도체 칩 제조에 활용되는 퍼니스(furnace) 장비에 장착되는 '대용량 액상 프리커서 기화 공급장치' 개발에 성공했다.

퍼니스 장비는 동그란 반도체 웨이퍼 위에 전자 회로를 새길 수 있도록 얇은 막을 씌우는 장비다. 반도체 공정이 이뤄지는 챔버 속에서 각종 가스들이 화학 작용을 하면서, 마치 눈송이가 바닥으로 떨어지듯 웨이퍼 표면에 막을 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퍼니스 장비 바깥에서는 챔버 안에 들어갈 가스를 만드는 작업이 이뤄진다. 특히 가스가 되기 전 상태인 액체 프리커서(전구체)를 가열해 기체로 만든 뒤 배관을 통해 챔버로 공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일을 해내는 '액상 프리커서 기화 공급 장치'를 지오엘리먼트에서 국산화했다.



지오엘리먼트가 개발한 이 장치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존 장치가 최대 120℃ 온도에서 프리커서를 가열한다면 이번에 개발한 장치는 150℃까지 가열할 수 있다. 가열 온도가 높을수록 프리커서의 기화 속도가 빨라지고 웨이퍼 공정 속도까지 올라간다. 칩 제조 생산성과 공정 효율에 상당히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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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치의 가열 온도를 기존보다 30℃ 높이는 작업은 쉽지 않다. 장치를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부품 모두 150℃ 열에서 고장이나 오류 없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오엘리먼트는 4개의 새로운 핵심 부품을 독자 개발해 고온에서 견딜 수 있는 견고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두번째 장점은 용량이다. 이번 제품은 기존 장치와 부피는 비슷하지만 프리커서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은 오히려 늘었다. 장치를 구성하는 부품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면서 프리커서가 들어갈 수 있는 용량을 극대화한 것이다. 게다가 챔버에 들어가는 가스공급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칩 메이커들의 공정 효율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오엘리먼트 본사 전경. 사진제공=지오엘리먼트지오엘리먼트 본사 전경. 사진제공=지오엘리먼트


지오엘리먼트는 이번 프로젝트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MKP, 중앙대학교와 함께 진행했다. 수요기업으로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3년 간 30억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개발에 뛰어든 뒤 결실을 맺었다.

이번 사례는 지난 40년 간 일본 회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제품을 국산화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제품 안에 들어가는 부품의 대부분을 국내 시장에서 공급받아 만든 것도 포인트다. 이 부품들은 기존에는 100% 일본에 의존해왔다.

이번 연구개발 성공에 자신감을 얻은 지오엘리먼트는 국내 장비 회사에 제품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외국 반도체 장비 회사와의 협력은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부품 교체 수요가 있는 칩 제조 회사에까지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김대현 지오엘리먼트 부사장은 "반도체 제조에서 고온 공정이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이번 국산화는 상당한 성과"라며 "지오엘리먼트 연구진과 정부 지원·학계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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