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서울 한복판 공원 내 등산로에서 성폭행을 저지른 30대 남성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강간 상해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범행 동기와 수법, 장소 등을 자백했다.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구체적인 범행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1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관악구 신림동 공원 내 등산로에서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최 모(30)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을 하고 싶어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너클을 양손에 끼우고 피해자를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의 금속 재질 둔기다. 경찰은 전날 범행 현장에서 너클 2개를 수거하고 최 씨가 이를 범행에 사용했는지 추궁해왔다. 최 씨는 “강간할 목적으로 지난 4월쯤 인터넷에서 너클을 구매했다”면서 “피해자는 등산로를 걷다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최 씨에게 폭행 당한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중태에 빠져 이틀째 의식 불명 상태다.
일정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최 씨는 전날 오전 9시 55분쯤 부모와 함께 지내던 금천구 독산동 집에서 나와 오전 11시 1분쯤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 입구에 도착했다. 최 씨는 공원 내 등산로를 범행 장소로 정한 것에 대해 “평소 집과 가까워 운동을 위해 자주 방문하면서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체포 직후 음주측정과 간이시약 검사를 받았지만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날 최 씨에게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마약류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최 씨는 우울증 등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적 있으나 치료를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흉악범죄와 살인 예고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데 이어 대낮 서울 등산로에서 성폭행 범죄까지 발생하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찰청에 현장 치안 활동 강화를 긴급 지시했다. 이날 한 총리는 “‘묻지마 범죄’가 연속 발생해 경찰청이 무기한 특별치안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공간에서 강력범죄가 다시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며 “경찰청장은 112 신고와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공원과 둘레길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범죄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이날 사건 현장을 찾아 “예상 밖 범죄들이 자꾸 일어나는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감시 사각지대를 없애고 범인들의 범죄 욕구가 자제되도록 인공지능 CCTV 등을 최대한 많이 설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