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병철 회장이 만든 전경련, 삼성 3대째 참여…기업위기 대응 목소리 낸다

■삼성, 7년만에 전경련 복귀한다

이병철 창업회장, 게이단렌 본떠 설립

이건희 회장도 회장단서 적극 활동

이재용 회장까지 합류…'재계 창구' 기대

SK·현대차·LG 재가입도 가시화

혁신의지 불구 정경유착 우려 부담

이병철(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전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 왼쪽) 전 현대그룹 회장이 1982년 부산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이병철(앞줄 오른쪽 두 번째) 전 삼성그룹 회장과 정주영 (〃 왼쪽) 전 현대그룹 회장이 1982년 부산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연합뉴스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 연합뉴스



삼성이 약 7년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복귀하기로 한 것은 깊어지는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위기와 각종 규제 대응 등 날로 악화해가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할 영향력 있는 재계 단체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일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이 1961년 전경련 설립을 주도해 초대 회장 자리를 맡았고 생전에 삼성 외에 쓴 감투도 이 자리가 마지막이었다”며 “이번 복귀를 계기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도 미중 갈등과 같은 여러 가지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에 대해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병철이 만든 전경련, JY까지 3대 이어져=삼성전자 부회장 시절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2017년 2월 전경련을 떠났던 이 회장은 6년 6개월 만에 삼성전자 회장 직함을 달고 전경련에 복귀하게 됐다. 복귀와 함께 이름이 바뀌게 될 한국경제인협회는 공교롭게도 할아버지인 이 창업 회장이 전경련을 처음 창립했을 때와 같은 이름이다.

이 창업 회장은 1961년 8월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이 작동하는 선진 자본주의국가 건설’을 목표로 내걸고 주요 대기업들과 함께 일본 게이단렌을 본떠 한국경제인협회를 설립했다. 이 창업 회장은 이듬해까지 초대 회장을 지내면서 재계의 이익을 대변할 창구의 기반을 닦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968년 전경련으로 명칭을 바꾸고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함께 최대 민간 경제 단체로 외형을 키웠다. 이 창업 회장 이후에는 11년간(1977~1987년) 회장을 맡았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4대 그룹 회장이 모두 전경련을 이끌며 산업계 성장 과정에 기여했다.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구자경 LG(003550) 명예회장이 3년간 전경련을 이끌었고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이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최 선대 회장이 별세한 후 SK그룹 회장에 오른 손길승 SK 회장도 28대(2003년) 회장으로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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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회장단에서 활동하면서 재계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역할을 했다. 2011년 3월 정부가 ‘초과이익공유제’를 추진할 당시 전경련 회장단회의 참석에 앞서 “사회주의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 선대 회장은 2010년 전경련 회장으로 추대된 적이 있지만 고사하기도 했다.



◇‘재계 창구’ 기대…정경유착 여론은 부담=4대 그룹의 선대 회장 시절 전성기를 누렸던 전경련은 ‘재계의 총리’로 통할 만큼 높은 위상을 가졌으나 한편으로는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경유착의 창구라는 비판도 받아왔다.

이번에 삼성이 전경련 복귀에 나선 것은 재계의 목소리를 통일해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을 기대한 결과다. 전경련 탈퇴 이후 삼성은 한국 및 외국 정부에 자체적인 의견 전달에 나섰지만 글로벌 역학 관계와 국내 정치 상황의 변화 등과 맞물려 갈수록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체의 긍정적인 면은 확실히 있다”며 “단체를 통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개별 기업은 각자 잘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경제 단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이 곱지 않다는 데 있다. 전경련이 정부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싱크탱크형’ 경제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이 같은 우려에 삼성을 비롯한 4대 그룹은 복귀하더라도 회비 납부, 회장단 가입과 같은 적극적인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임원은 “정경유착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날 경우 회비나 기부금 등을 낸 게 배임 혐의로 돌아올 수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새로 태어날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기는 했지만 위상을 진정으로 회복하는 것은 전경련이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이 21일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서 전경련 재가입을 확정하면 SK·현대차(005380)·LG 역시 조만간 합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각 그룹은 전경련 복귀와 관련한 내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거나 검토 중이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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