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야. 김구 선생님에 대해서 설명해줘”, “김구 선생님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로 1949년에 별세하기 전까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챗GPT와의 대화지만 대화가 펼쳐지는 장소와 상황은 평범하지 않다. 해당 대화가 이뤄진 장소는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위치한 독립기념관. 대답을 내놓은 것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아닌 성인 키만한 로봇 ‘누리’다. 누리는 지난 11일 독립기념관에 최초로 도입된 인공지능(AI) 미디어로봇이다.
SK텔레콤(017670)과 퀄컴, 인티그리트가 개발한 누리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할 뿐 아니라 몸체 전면을 고휘도 발광다이오드(LED)로 둘러싸 방문자에게 관람 정보를 안내한다. 또 SK텔레콤 AI ‘누구’를 활용해 음성인식과 인공 음성 답변이 가능하고, 5G 클라우드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GPT-3.5를 탑재해 맥락에 맞는 최적의 답변을 찾아 설명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독립운동에 관한 별도 학습을 거쳐 더욱 정확한 답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2020년부터 5G와 AI를 활용해 독립기념관을 ‘에코뮤지엄’으로 현대화하고 있다. 에코뮤지엄은 환경과 박물관의 합성어로 문화, 역사, 자연환경 등을 보존·육성하는 박물관을 뜻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역사 콘텐츠, 자연 환경을 활용해 독립기념관을 역사체험 혁신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한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독립기념관에 적용된 AI는 열악한 화질로만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사진도 개선했다. SK텔레콤의 미디어 AI 기술 ‘슈퍼노바’를 활용해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의 사진 화질과 해상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변환하기도 한다. 반대로 관람객 사진의 화질을 낮춰 마치 역사 속 인물이 된듯 독립운동가와 사진을 찍어보는 경험도 제공한다.
정지된 사진을 동적 이미지로 만들고 음성을 입혀 독립운동가들이 살아 돌아온 듯한 체험도 준다.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 내 3·1문화마당에 가로 3.2m, 높이 4m 규모의 4면 LED 큐브 미디어아트 조형물을 설치해 AI로 복원한 독립운동가들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AI는 독립운동가들의 본 모습을 재현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현재 남아 있는 독립운동가 사진은 일제에 체포된 후 형무소에서 촬영된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초췌한 모습인 경우가 많다. SK텔레콤은 AI로 유관순 열사 사진의 수형 번호를 지우거나 기존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한쪽 팔을 재현하는 등 방법으로 제대로 된 ‘인물 사진’을 구현했다.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은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할 때 사진 자료는 흔치 않고 일제에 체포된 후 취조당하면서 찍힌 사진이 많아 초췌한 모습인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며 “AI 기술 덕에 일제와 싸워 이겨낸 ‘힘 있는 역사’와 독립운동가들의 힘찬 모습을 알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증강현실(AR) 기술도 독립기념관 관람 체험을 개선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의 상징과도 같은 겨레의 집 내 ‘불굴의 한국인상’ 주위의 QR코드를 읽기만 하면 별도 앱 설치 없이 AR로 체험형 관람이 가능하다. 조형물 아래에서만 읽을 수 있던 설명을 스마트폰에서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이날 독립기념관을 찾은 관람객들은 QR코드와 AR 체험에 큰 관심을 보이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기도 했다. 한 관장은 “ICT 기술로 복원한 체험형 독립운동 전시가 어린이들의 흥미를 높이고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