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을 1위를 달리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기아(000270) ‘브리사’가 단종 42년 만에 완벽하게 부활했다. 지난 5월 현대자동차의 ‘포니 쿠페 콘셉트’를 49년 만에 복원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현대차(005380)그룹의 ‘헤리티지 프로젝트’가 이번엔 기아 최초의 후륜구동 승용차를 현실 세계로 소환한 것이다. 기아의 삼륜 자동차 ‘T-600’도 54년 만에 복원돼 모습을 드러냈다.
기아는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브랜드 체험 공간 ‘Kia360’에서 21일부터 내년 5월까지 ‘브리사’와 ‘T-600’ 복원 차량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1944년 경성정공으로 시작한 기아는 1952년 기아산업, 1990년 기아자동차, 2021년 기아에 이르기까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해왔다. 뿌리만 놓고 보면 1967년 설립한 현대차보다 더 오래됐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포니’에 이어 기아에서도 헤리티지 프로젝트를 가동해 고객과 함께 지난 79년 역사를 되돌아 본다는 방침이다.
1974년 출시된 승용차 브리사는 일본의 마쓰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부품 국산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출시 2년 만인 1976년에 국산화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라틴어로 ‘산들 바람’을 뜻하는 브리사는 출시 당시 배기량 985cc, 중량790kg으로 요즘기준으로 보면 경차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었지만 160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출시 이듬해인 1975년부터 매년 1만대 이상 팔리며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50%를 돌파하기도 했다.
브리사는 1981년 정부의 자동차사업 합리화 조치로 기아의 승용차 생산이 금지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국내에선 2017년 개봉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주인공 김만섭(송강호)이 몰던 택시로 등장해 유명세를 탔다.
기아 T-600은 1969년 일본 동양공업(현 마쓰다)과 기술 협력을 통해 생산한 삼륜차다. 차체가 작고 가벼워 좁은 골목길이나 산동네에서 연탄, 쌀 배달 등에 활용 됐으며 세 개의 바퀴가 달려 있어 ‘삼발이’로 불리기도 했다. T-600은 특히 기아가 자전거 생산에서 나아가 자동차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발판이 된 모델로, 국내 자동차 산업사에서 역사적 가치를 높이 평가 받아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되기도 했다.
기아는 연구소에 보관돼 있던 T-600과 브리사를 활용, 두 차량의 과거 사진과 출시 카탈로그 등을 참고해 내·외장 복원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 전시는 ‘무브먼트 위드 피플(Movement with People)’을 주제로 열린다. 기아의 움직임(Movement)이 과거 뿐만 아니라 현재에도 고객(People)과 함께하고 있고, 미래에도 전기차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로 지속가능한 움직임을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겼다. 전시 공간에는 브리사, T-600 외에도 플래그십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이 함께 전시된다.
기아는 방문객들이 기아 헤리티지를 다각도로 경험할 수 있도록 여러 디지털 콘텐츠도 마련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고객들의 일상 속 기아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가 상영된다. 스포티지, K5, EV9 등 역대 기아 대표 모델들을 연결해 만든 영상도 연출해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기아 헤리티지 전시는 별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도슨트 투어는 현장 접수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기아 관계자는 “79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고객과 함께해 온 여정을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이번 헤리티지 전시를 준비했다”며 "기아의 독자적인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헤리티지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