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정부 시절 증액된 연구개발(R&D) 예산 중 절반가량(약 4조 원)이 제대로 된 심의 없이 편성됐다는 여당의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세금이 중복 지원되는 예산 낭비가 빚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과학기술특별위원회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특위는 전일 화상회의를 열고 R&D 예산의 부실 집행 실태를 논의했다. 특위에 따르면 R&D 예산은 2019년 약 20조 원에서 올해 30조 원을 넘어섰지만 정작 국가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기획 분야 인력은 전체의 20%에 불과했다. 반면 연구 관리 전문 기관은 2012년 11곳에서 올해 49곳으로 4배 이상 늘어나는 등 관리 기능은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 정우성 특위 위원장은 “R&D 예산이 엉뚱한 곳에만 쓰였다”고 지적했다.
2020~2022년(회계연도 기준)에 증액된 R&D 예산 9조 3000억 원 중 4조 3000억 원(46%)이 부실 심의된 정황도 확인됐다. 정 위원장은 “(통상 R&D 예산안은 전년도) 6월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치고 8월 정부 예산안이 확정돼 국회에 제출된다”며 “2020년도 소재·부품·장비 예산이 전문가 심의안은 8100억 원이었지만 정부안은 1조 7200억 원으로 증액됐다. 부실 증액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특위는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한 한국형 뉴딜, 감염병 대응 관련 R&D 사업 등도 부실 심사의 예시로 꼽았다.
그 결과 혈세가 중복 지원되고 컨설팅 업체 등 카르텔의 배를 불려줬다고 특위는 주장했다. 현재 등록된 컨설팅 업체만 647곳으로 이 중 77%가 전문성이 부족한 10인 이하의 소규모 업체였다. 정 위원장은 전관예우 등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컨설팅 업체가 대다수로 추정된다고 언급하며 “부처와 기관, 브로커(컨설팅 업체)들이 공생하는 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특위는 예산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개편을 정부에 요구했다. 김영식 부위원장은 “기관과 부처 벽을 없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실 내에도 전체를 조율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