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투자의 창] 중국 디플레는 저주가 아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홍콩에서 근무하는 지인에 따르면 중국 본토에 최근 일자리가 부족해 홍콩으로 많은 본토인들이 이주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2년 반 만에 처음으로 중국의 성장 부진과 디플레는 30년 전 일본을 상기시킨다.



30년 전 일본과 지금의 중국은 많이 닮았다. 현재 중국의 부채 비율(GDP 대비)은 297%(2022년 기준)로 90년대 초 일본과 유사하다. 고령화도 비슷하다. 1991년 일본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12.7%였는데, 2019년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2.6%였다. 미국과 갈등도 닮았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5~6년 후 버블 붕괴가 나타났다. 중국도 5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 선포 이후 디플레 압력이 커졌다.

차이점도 있는데, 중국이 좀 더 불리하다. 중국의 고령화 속도는 90년대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중국 인구는 202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한참이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했다.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여유도 중국이 훨씬 덜하다. 1991년 일본의 기준 금리는 8%였는데 지금 중국 기준금리(역리포)는 1.9%에 불과하다. 외부 환경도 비우호적이다. 1990년대에는 공산권의 붕괴 등에 세계화가 힘을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화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도시화율이 90년대 일본보다 낮은 것과 내수 시장이 큰 것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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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국의 경기 침체와 디플레는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에 저주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중국의 수요 부진은 인플레 통제를 원하는 미국 연준의 고민을 덜어줄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미국인들의 생필품 중 상당 부분은 중국산으로 중국의 경기 부진은 미국에 디플레를 수출할 가능성을 높인다. 내수가 안 좋은 중국은 수출에 기대게 돼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나라들의 수입 물가와 공산품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커진다.

중국이 수출한 공산품 물가 하락은 최근 상승한 에너지 가격 부담을 상쇄해 줄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가격 하락은 제조업 수요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생필품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다른 소비재를 살 여유가 생긴다. 중국의 공산품 가격이 떨어질수록 다른 나라의 제조업 회복에 기여하고 주식 시장 입장에서는 순환매(Rotation)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올 해 미국 증시의 강세를 주도한 빅테크의 주가는 7월 말 이후 부진하다. 반면 에너지와 헬스케어 부문이 살아나고 있다. 국내 주식 시장도 비슷하다. 부진했던 소비재와 금융, 헬스케어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분전 중이다. 경기 침체 위험이 제한적인 만큼 당분간 후발 주자들에 관심을 보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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