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미 기준금리는 5.25~5.50%로 상향했고 한국과의 금리 차이는 최대 2.0%로 벌어졌다. 연준은 금리 인상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견고한 노동시장을 언급하며 올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의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이 성명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공격적인 통화정책의 결과로 미국 인플레이션율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3%를 기록했던 물가상승률이 7월 3.2%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는 미국 경제의 과열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 격화로 인한 원유·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7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이미 예상한 탓인지 주식 가격과 환율 등 금융 변수도 이번 금리 인상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관심은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으로 옮겨지고 있다. 최근 호우·태풍과 같은 기상 악화로 농산물 가격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국내 인플레이션율을 보면 한국은 미국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진정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 2.7%를 기록하더니 7월에는 2.3%로 한은 목표인 2%에 매우 근접해 있는 상태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지만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주택 가격 상승률은 0.03%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등 대내적인 요인을 고려하면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대외적인 요소를 고려하면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중요한 대외 변수 중 하나인 환율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큰 변동을 보이지 않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상승 추세를 보이며 어느덧 1340원대에 이르렀다. 환율이 오른 데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 차이가 어느 정도 역할을 했겠지만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및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러시아·우크라이나 교전 격화, 중국 부동산 위기 등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8월 초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2011년 미국 행정부와 국회의 극한 대립으로 채무 한도 조정이 실패했을 때만큼 큰 충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이번 미국의 신용 강등 소식도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대형 부동산 회사인 비구이위안이 8월 초 만기가 돼 돌아온 채권을 갚지 못했고 헝다는 파산 신청을 했다. 헝다와 비구이위안의 위기는 중국 부동산 업계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경제와 세계경제에 큰 위협으로 인식되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경제의 불확실성 지표와 환율의 움직임이 밀접한 관련을 보이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위기 시기에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환율 상승도 경제의 불확실성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또는 위험이 현재 환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한미 금리 역전이 계속 유지돼도 괜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이 고려하는 환율 변수들은 시간에 따라 계속 변화해왔다. 현재는 다수의 투자자가 불확실성과 환율 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한미 금리 차이에 더 주목하는 심리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환율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서는 현재 한미 금리 역전을 무한정 방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외적인 요인을 고려할 때 8월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대내외 여러 요인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시기에 한은이 어떤 결정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