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어떤 카르텔을 타파할 것인가[기자의 눈]

■정치부 주재현 기자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차를 상징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이권 카르텔’을 빼놓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 카르텔을 본격적으로 공개 언급한 것은 지난해 6월 21일 국무회의 발언에서부터였다. 당시에는 방만한 공공기관 혁신과 규제 개선을 강조하면서 카르텔을 지적했다. 이후 태양광 비리, 민간단체 보조금 부정 사용, 노조 고용 세습 등 주요 현안을 다룰 때마다 윤 대통령은 카르텔을 문제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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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텔의 사전적 의미는 시장을 장악한 소수 기업이 가격 담합을 통해 과점 이익을 누리는 상황을 일컫는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발언은 이런 사전적 의미라기보다는 개혁을 가로막는 기득권을 뜻하는 정치적 표현인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대상을 선명하게 하기 위한 수식어로 평가된다. 태양광 비리 세력, 정부 보조금 불법·편법 사용 단체, 고용 세습 노조 등이 카르텔로 지목됐고 여론은 호응했다.

여론의 반응이 좋자 이후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틈만 나면 카르텔이 소환됐다. 취임 1주년을 기점으로 이후 주재한 모든 국무회의에서 카르텔이 언급됐을 정도다.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도 카르텔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사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냐”고 지적했다. 나름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였지만 이번에는 그 개혁의 대상이 너무 모호했다. 40만 교육 공무원들이 모두 사교육의 원흉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부랴부랴 초점을 ‘킬러 문제’로 좁혔지만 수능을 5개월 앞둔 입시 현장의 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의 대상을 정교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민생과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를 우선순위에 둬야 할 때다. 그런 측면에서 법조계의 기득권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징계했다. 국민들이 모바일을 통해 쉽고 저렴하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됐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술 벤처기업들과 기득권에 갇힌 법조계 사이에서 법무부는 명쾌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의 선명한 방향 제시가 있다면 일사천리로 해결될 문제다.


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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