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72억원 ‘금 재테크 사기 사건’으로 고통받아 오던 충남 부여군의회 박모 의원이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 의원과 연락이 안 된다는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22일 오후 7시 30분께 경찰이 가족과 함께 집을 찾아가니 박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과 가족은 박 의원을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 의원은 이날 오전 부여군의회에 자기 아내의 금 투자 사기와 관련 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박 의원의 아내 A씨는 지난 14일 자신을 상대로 사기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되자 잠적했다. 피해 규모는 지금까지 38명으로 총 72억원에 이른다. 부여경찰서는 피해 규모가 커지자 A씨를 출국금지 조치한 뒤 충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사건을 이첩했다.
50대 A씨는 부여읍에서 오랫동안 금은방을 운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지인들에게 “골드바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챙겨주겠다”고 꼬드겨 돈을 받아 가로챈 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대부분 40∼60대 부여 군민들로 수십년 동안 A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A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피해자들에게 소액의 수익금을 꼬박꼬박 챙겨줬다고 한다. 그는 “좋은 기회라서 믿을 만한 사람만 투자받는다”, “괜히 시기하니 다른 데 가서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며 입단속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A씨의 친인척도 있었지만 투자 사실을 서로 몰랐던 것으로 매체는 보도했다.
A씨가 잠적한 뒤 남편 박 의원은 지난 18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피해를 끼친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내 불찰이다”라며 “군의원직 유지가 부적절하기에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당황스럽고 경황이 없어 사죄의 말씀이 늦었다”며 “정확한 사실관계가 밝혀지는 대로 추후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했으나 끝내 세상을 등졌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점에서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