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딸이 둘인데 딸들도 때가 되면 출가해서 자기들의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바오도 그렇게(중국으로 이동) 하는 게 정상적입니다. 푸바오는 돌아가서 잘 적응할 거예요.”
‘판다 할아버지’로 유명한 에버랜드의 강철원 사육사가 24일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판다월드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중국 귀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푸바오는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다. 중국과 협약에 따라 판다는 만 4세가 되기 전 짝을 찾기 위해 중국으로 반환된다. 푸바오는 내년 7월 만 4세가 된다.
에버랜드는 최근 푸바오의 귀환을 두고 중국 내 야생동물 관리와 정책을 담당하는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 에버랜드의 판다 연구 파트너인 중국 ‘자이언트판다보존연구센터’ 등과 논의를 시작했다. 5~7월의 더운 날씨를 고려하면 푸바오가 실제 중국으로 돌아가는 시점은 2~4월로 점쳐진다. 강 사육사는 “동물을 바라볼 때 사람 중심으로 바라보지만 실제 동물한테 필요한 게 사람한테 똑같이 필요한 건 아니”라며 “종의 습성대로 살아가는 게 판다에겐 행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사육사는 1988년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이던 시절 입사해 36년째 에버랜드에서 동물을 돌보고 있다. 판다와 관련해서는 사육사 가운데 국내 최고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 판다를 자연번식시킨 사육사로 손꼽힌다. 지난 7월부터 쌍둥이 판다까지 태어나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현재 쌍둥이 판다들을 엄마 판다 아이바오와 인공포육실을 번갈아 가며 케어되고 있다. 통상 야생에서는 쌍둥이를 낳아도 한 마리만 사육되는 데 두 마리 모두 생존할 수 있도록 인공포육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강 사육사는 “판다는 초유를 꼭 먹여줘야 해 5, 10일에 한 번 아이바오랑 인큐베이터를 교대로 하고 있다”며 “한 달 정도 되면 인큐베이터 생활이 불필요해서 지금은 인큐베이터 나와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4개월 정도 되면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고 5~6개월 되면 엄마를 따라 걸을 것”이라며 “그때쯤 쌍둥이 판다가 엄마랑 같이 생활할 수 있도록 시도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에버랜드에 처음 판다가 들어온 것은 1994년 밍밍(수컷), 리리(암컷)였다.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밍밍과 리리는 4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2016년 아이바오, 러바오가 들어오고 푸바오와 쌍둥이 판다들을 낳으면서 에버랜드에 판다 가족이 꾸려졌다.
강 사육사는 밍밍과 리리부터 쌍둥이 판다까지 모두 전담해왔다. 판다들이 갓 낳은 쌍둥이 판다를 사육사에게 맡기고 쉬거나 사육사를 따라다니고 팔짱을 끼는 등 사육사에 친밀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사육사와 판다 간에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바오는 처음 만났을 때 낯설어하고 내성적 성향을 보였으나 마음을 열고 나서는 (사육사와) 교감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웃었다.
물론 강 사육사라고 어려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반려동물과 달리 판다는 야생동물인 만큼 사육사가 가까이에서 접하고 만지는 데 제한적이다. 강 사육사가 할 수 있다면 판다 이야기를 듣고 판다의 마음을 알고 싶은 이유다. 그는 “(판다와) 편한, 일상적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정말 저를 좋아하는지, 저를 좋아하는 척하는 건지 알고 싶다”고 했다.
현재 푸바오를 비롯해 판다에 대한 국민적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에버랜드에서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 판다 때문에 에버랜드를 찾았는 방문객이 이전보다 4배가량 증가했다. 에버랜드는 이날부터 쌍둥이 판다의 이름 공모를 많은 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쌍둥이 판다의 이름은 100일을 맞는 10월 중순께 발표된다.
강 사육사는 “판다들이 스트레스 받는다고 너무 또 격하게 걱정하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걱정”이라며 “판다들도 환경에 잘 적응하고 안정감 있게 살고 있으니 심한 걱정은 사육사에게 맡겨줬음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