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 지원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밖에서는 단지 피해자의 아우성으로만 듣더라고요. 늦은 나이지만 이론적으로도 갖춰 학폭 문제를 사회적으로 제대로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65세에 이화여대 교육학과 최고령 박사과정 졸업장을 받은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폭 피해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어다니기는 했지만 더욱 큰 변화를 위해서는 이론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생각했다”고 졸업 소감을 밝혔다.
조 회장은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지난 23년간 발이 닳도록 현장을 누빈 전문가다. 2000년 당시 중학생이던 자녀가 학폭 피해를 입자 학부모들을 모아 학폭 피해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만든 곳이 학가협이다. 그는 학가협이 운영하는 전국 유일의 기숙형 학폭 피해 학생 치유 기관인 ‘해맑음센터’의 대표이기도 하다.
조 회장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은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부모 대상 치유 프로그램의 효과 분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 학생과 대학생 멘토 간 ‘멘토링 프로그램’은 피해 학생의 자아 존중감과 학교 적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가해자에 대한 조치에 집중하는 것보다 피해자들의 치유 지원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학폭 피해 학생 지원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관심하다”며 “가해자의 치유나 선도·교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피해자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생을 위한 교육 시설은 6000곳이 넘지만 피해 학생을 위한 시설은 거의 없다”며 “여론이 들끓으니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한 공간에 있는 통합형 시설을 만든다는데 피해 학생들에게는 죽음과도 같은 고통스러운 공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접근 방식 때문에 학폭이 근절이 되지 않고 피해 학생은 늘고만 있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박사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피해 학생들의 감수성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등 피해 학생에게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지원이 무엇인지 심도 있게 연구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