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의 대출 중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대출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전인 지난해 말보다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기업·가계 할 것 없이 대출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4대 금융지주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3단계(Stage3)’로 분류한 대출채권은 기업대출 5조 5400억 원, 가계대출 3조 3400억 원 등 총 8조 8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 금융지주는 대출채권의 위험도를 1~3단계로 분류하는데 1단계는 정상 채권, 2단계는 요주의 채권, 3단계는 부도 등으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채권이다.
4대 금융지주가 보유한 ‘3단계 대출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업과 가계를 합쳐 6조 9600억 원 수준이었지만 6개월 만에 27.7%(1조 9200억 원)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총대출채권 규모가 1.1%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총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대출의 ‘질’은 급속도로 나빠진 것이다. 아직 신용이 손상되지 않았지만 위험도가 커진 2단계 채권도 6개월 만에 4.9%(6조 6800억 원) 늘었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3단계 규모가 이렇게 늘어난 것은 건전성이 많이 악화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일단 금리가 최근에 많이 올랐고 코로나19 당시 풀어 아직 회수를 안 하고 있는 대출도 많은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부도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