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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전류 자극이 암도 고치나…생체전기 이론의 모든 것

■우리 몸은 전기다(샐리 에이디 지음, 세종 펴냄)





뇌의 특정 부위에 전기 충격을 가하면 못 쓰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될까. 사람의 몸에 전기를 조작해 암을 치료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상상이지만 과학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과학 및 기술 저널리스트 ‘샐리 에이디’다. 그는 신간 ‘우리 몸은 전기다’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몸 안에 생체 전기를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생체 전기는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기와는 다르다. 생체 전기는 전자가 아닌 칼륨 이온, 나트륨 이온, 칼슘 이온처럼 양전하를 띤 이온의 움직임에 의해 생성된다. 인간이 말하고 걷고 아파하고 피가 나는 등의 모든 활동이 다 이온들이 움직이면서 생성되는 신호 시스템의 결과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세포는 모두 미세한 전압을 가진 배터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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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과학자들이 생체 전기를 이용해 신체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진전을 이룬 분야가 뇌과학이다. 뇌에 전기 장치를 삽입한 후 네, 아니요와 같은 말을 할 때 발생하는 전기 신호를 탐지했다는 연구도 있다. 소의 뇌 특정 부위에 전극을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해 소를 분노하게 만들었다가 어느 순간 바로 화를 가라앉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실험도 있다. 다이빙으로 사지가 마비된 청년에 칩을 이식해 로봇팔로 컵을 손들고 물을 마시는 정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된 연구도 소개한다.

이 같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초로 동물의 몸 안에 전기가 흐른다고 주장한 과학자 루이지 갈바니는 학계에서 사이비 과학자로 매도됐다. 전기는 인간의 몸과 마음을 좌우할 수 있는 ‘신’과 같다는 주장에 처음에는 학자들조차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체 전기 이론은 많은 논쟁의 대상이다. 전기를 이용해 신체를 강화하는 게 윤리적으로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파서 전기 치료를 하는 것과 전기 치료로 남들보다 더 우월한 신체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들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자는 이같은 우월, 열등의 기준에서 벗어나 생명체 자체를 더 많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생체전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생체전기 연구는 인간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거나 갈아야만 개선이 가능한 열등한 몸을 가진 존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며 “연구는 매우 철저하고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만2000원.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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