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달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의 사망 경위와 동기를 조사한 결과, 학부모들이 A씨의 개인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왔다는 유족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통화 내역 상 A씨의 개인 연락처로 학부모와 전화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은 학부모들이 A씨의 학교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을 때, 착신 전환된 번호가 A씨의 개인 연락처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통화 내역 상 A씨가 개인 전화번호로 학부모와 통화한 건 없었다”면서 “A씨의 아이패드를 포렌식 해보니, 학부모들이 학교로 전화를 했을 때 아이패드에는 A씨의 개인 전화번호로 통화한 것처럼 나타났는데, 이는 착신 전환된 번호가 개인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한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 교사 유가족의 발언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앞서 경찰은 A씨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면서 학부모들이 이 번호로 A씨에게 전화해 악성 민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해왔다. 이는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지난달 12일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A씨가 학부모로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A씨의 아이패드를 확인한 결과, (연필 사건의) 피해 학생 어머니와 가해 학생 어머니가 교사에게 전화를 건 내역이 각각 한 건씩 확인됐다”면서 “현재까지 문자와 하이톡 등을 확인했을 때는 학부모들이 협박을 하는 등 구체적으로 혐의가 확인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 교사들에 따르면, A씨가 연필 사건의 학생 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 때문에 힘들었다는 말도 있어서 다른 건도 조사했지만 특별하게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도 했다. 유족 측이 수사를 폭넓게 해달라고 요청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여러가지 요청을 받고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진상규명과 아동학대 관련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가해 학부모의 직업이 경찰과 검찰인 점이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의 직업은 본 사건과 관련이 없고 개인 정보이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학부모 직업이 수사 역량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가 사망한 이후 현재까지 연필 사건 당사자 학부모와 A씨가 사망 직전까지 통화한 학부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휴대전화 등을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까지도 A씨의 개인 휴대폰을 포렌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통화 녹음 등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 결론까지 난항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찰에 입건된 학부모는 없다”면서 “고인의 사망 경위와 동기를 명확히 하고, 그 과정에서 범죄 혐의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 등에 대해서 폭넓게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