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단체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지지했던 준군사단체가 "크렘린궁이 우리의 지도자를 버렸다"며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6일(현지 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하부 조직으로 네오나치 성향의 ‘루시치' 주요 지도자 얀 페트롭스키는 지난달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체포됐다. 핀란드는 페트롭스키에게 ‘전쟁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루시치 측은 페트롭스키가 러시아 외교관들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외면받았다고 설명했다.
루시치 측은 지난 26일 텔레그램을 통해 “크렘린궁이 우리의 지도자를 버렸다”며 “더 이상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 않겠다”고 말했다. 루시치는 “7월 20일 이후 페트롭스키는 러시아 영사나 변호사의 방문을 받지 못했다”며 “그는 조작된 형사 사건 때문에 우크라이나로 송환될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또 “2명의 우크라이나군 정보 장교가 이미 핀란드에서 페트롭스키를 심문했다”며 “왜 우리 외교단이 전쟁 상대국의 정보장교들이 러시아 시민을 구금하고 심문하는 것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루시치는 모든 전투 임무 수행을 중단한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면 왜 국민이 국가를 지켜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루시치는 2014~2015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중앙정부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했고,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론 바그너 그룹 하부 조직으로 러시아군 편에서 싸웠다. 루시치는 잔인하기로도 악명이 높다. 지난 4월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 포로를 칼로 참수하는 영상을 게재했고 지도자들이 강아지들을 죽이는 영상도 올렸다.
이 단체와 그 지도자들은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의 제재 명단에 올라가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페트롭스키를 넘겨받아 재판에 회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루시치는 최근 의문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바그너 그룹 지도자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 국방부의 우크라이나전 수행 방식을 비판해 왔다. 지난 6월에는 러시아군 지휘부를 상대로 한 바그너 그룹의 군사반란을 지지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이 사망한 후 루시치는 "이 사건으로 모두가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항상 끝까지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