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300살 첼로 품에 안고…브람스와 숨을 쉬다

◆삼성문화재단 '한재민 첼로 리사이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연주

섬세한 선율을 웅장하게 표현

진취적인 슈트라우스 곡도 선곡

독일 낭만의 진수…관객들 매료

1697년산 조반니 그란치노 사용

"악기 개성 강해 연주자가 맞춰야"

첼리스트 한재민이 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첼리스트 한재민이 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17세의 신성 첼리스트 한재민은 과연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제오르제 에네스쿠 콩쿠르,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하며 K클래식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한재민이 또 한번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한재민 첼로 리사이틀’에서다.



한재민은 이날 첫 곡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장조 ‘비의 노래’를 첼로로 연주했다. 원래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이 곡을 파울 클렝겔이 편곡한 작품으로 연주한 한재민은 아름다운 멜로디를 장중하게 연주했다. 특히 2악장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한 음 한 음을 소중하게 누르는 한재민의 주법은 잘 어울렸다. 한재민은 “바이올린처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첼로만의 해석으로 소화해보자 생각했다”고 밝혔다.

첼리스트 한재민이 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첼리스트 한재민이 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두 번째로 선보인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첼로 소나타 F장조 Op. 6였다. 슈트라우스가 18세의 나이에 작곡한 이 곡은 동년배의 한재민에게 더욱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다. 진취적이고 패기가 넘치는 연주가 관객들을 감동시켰고, 피날레 부분에서는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한재민은 “콩쿠르 이후 근현대 음악만 연주하고 낭만을 연주하지 않았는데, 내면적인 브람스와 외향적인 슈트라우스를 조화시키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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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무겁기만 할 수 있는 클래식 무대지만 2006년생인 한재민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빨간 양말을 통해 본인만의 개성을 드러냈다. 그는 “여성 연주자들은 드레스 등으로 연주 코드를 맞추고 하는데, 남성 연주자는 검은 정장만 입는다”며 “그런 생각에 콩쿠르를 하며 양말을 신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계속 우승해서 계속 신고 연주한다”고 비화를 밝혔다.

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한재민과 피아니스트 정지원이 연주 중이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26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한재민과 피아니스트 정지원이 연주 중이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한재민은 삼성문화재단의 악기 후원 프로그램인 삼성 뮤직 펠로우십을 통해 1697년산 조반니 그란치노를 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 조반니 그란치노는 1600년대 중후반 밀라노의 전설적인 악기 제작자다. 그가 만든 첼로는 다른 일반적인 첼로보다 조금 크고, 특유의 왕관 무늬가 새겨져 있다. 이 악기는 선배 첼리스트인 양성원과 문태국의 손을 거쳤다.

악기를 사용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재민은 이 악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어떤 악기는 내가 원하는 소리를 그대로 받아주고, 어떤 악기는 자기만의 개성이 중요해서 연주자가 맞춰야 하는 악기가 있는데 이 악기는 후자”라며 “제가 많이 맞춰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솔로 리사이틀을 마친 한재민은 다음달 1일 KBS교향악단과 정명훈을 만나 하이든 첼로 협주곡 1번 C장조를 연주한다. 협연을 마친 한재민은 다시 유학 중인 유럽으로 떠나 학업과 현지 연주에 매진한다.

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한재민 첼로 리사이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과 피아니스트 정지원이 커튼콜에서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26일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한재민 첼로 리사이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과 피아니스트 정지원이 커튼콜에서 손을 맞잡고 관객들에게 화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문화재단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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