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핀테크 기술 강화를 위한 새로운 태스크포스(TF)를 조직했다. 회사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 페이’ 출시 이후 디지털 금융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애플페이 상륙에 대응해 주력 무기인 페이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29일 삼성전자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올 5월 ‘블룸(Bloom)’ TF를 설립했다. 이 조직은 삼성전자 기획팀 산하에 만들어졌다. 2019년부터 삼성카드에서 임원 생활을 하다가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이혁 상무가 이 TF를 맡는다. 각종 사업성 검토와 연구개발(R&D)은 수원사업장에서 이뤄진다.
삼성카드 출신 인사가 깊게 관여한 점과 삼성전자 전략을 총괄하는 기획팀에서 이 조직을 관리하는 것을 미뤄볼 때 이 TF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핀테크 신사업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TF에 대해 “삼성 월렛과 관련된 일을 하는 조직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직 신설은 삼성전자가 모바일·가전제품에 핀테크 기술 접목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3월 세계 최초로 온·오프라인 핀테크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인 ‘삼성페이’를 출시했다. 삼성페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결제 금액 2조 원을 넘었고 매년 1.5배씩 성장했다. 올 2월 기준 국내 이용자 수 1600만 명, 누적 결제 금액은 200조 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삼성페이와 생체 인식 기반 보안 솔루션 삼성패스를 결합한 ‘삼성월렛’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호주·브라질 등 8개국에서 삼성월렛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향후 2030년 5200억 달러(약 687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 규모를 잡기 위한 삼성전자의 포석으로도 읽힌다.
다만 애플이 한국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라이벌들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하자 삼성전자의 입지도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블룸 TF를 중심으로 보안 기능 강화 등 차별화한 금융 인증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선두 자리 수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와의 연동 논의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력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경험)사업부장은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삼성페이는 우위를 지키기 위
해 온라인 신분증 및 디지털 키 등 삼성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블룸 TF 기능에 대해 “이 조직의 자세한 기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