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해외로 떠난 관광객들의 소비 경향에 조금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엔저와 미국의 ‘팁 인플레이션’ 등이 지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1일 매일경제와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4억8000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 1~4위는 일본, 미국, 베트남, 태국 순으로 변화가 없었다. 그렇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일본 쏠림’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2019년에도 전체 여행객의 17%가 찾았는데 올 1~7월 출국자 가운데 23%로 6.2%포인트나 증가했다. 2019년 동기 대비 증가율 2위인 태국이 0.9%포인트 늘어난 것에 비추면 압도적인 증가세다. 2~4위인 미국, 베트남, 태국도 전체 비중은 코로나 이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국가별로 각각 다르게 나타난 소비 유형이다. 한국 관광객들은 상반기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일본을 많이 방문했는데 전 연령대에서 숙박비를 줄이는 대신 쇼핑 지출을 크게 늘렸다. 백화점과 쇼핑몰, 잡화 구매를 합쳐 전체 지출의 50%가 쇼핑에 할애됐다. 반면 숙박비 비중은 15%, 식당도 8%에 불과했다.
남궁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팀장은 “엔저 현상으로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숙박비 부담이 낮아지고 쇼핑할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숙박비는 연령이 낮을수록 감소했는데 60대(16%)에 비해 20대는 거의 절반 수준(9%)에 불과했고 이는 2019년 대비 11%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라고 매일경제를 통해 설명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모든 연령대에서 식당 지출이 단연 높았다. ‘팁 무서워서 미국 못 간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셈이다. 20대는 전체 여행 경비의 27%를 식당에서 썼고 3040도 19~20%, 5060도 23%를 식당에서 지출했다. 물론 이는 카드 결제만 집계한 수치다. 또 미국을 찾은 이들은 의류와 쇼핑몰에서도 소비를 이어갔다. 다만 식비 부담이 큰 탓에 전 연령대에서 식비 외에 다른 지출은 2019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현지인들도 팁 문화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6월 한 미국인 여성이 마트에서 셀프 계산대를 사용해 샌드위치와 물 한 병을 키오스크로 구매하다가 화면에 ‘팁을 얼마나 낼 것이냐’는 요구를 받아 황당했다는 사연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그가 구매한 제품의 총 가격은 약 23달러였다.
베트남은 ‘경기도 다낭시’라는 우스갯말이 나돌 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은 곳이다. 2019년과 달라진 점은 명품·미식 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카드 결제 비중이 가장 높았던 분야는 잡화였는데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주로 명품 브랜드에서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단위 여행자가 많은 곳이라 고급 호텔이나 풀빌라 등 숙박비 지출 비중이 높았지만 2030은 숙박비를 줄이고 잡화(명품) 지출을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주점과 클럽 등 지출이 포함된 유흥이 4위로 나타난 점도 흥미롭다.
태국에서는 숙박비와 잡화, 음식점 소비가 단연 많았다. 태국을 찾은 한국인들은 카드 지출의 무려 29%를 숙박비에 투자했다. 숙박비 비중만 보면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독보적 1위 국가다. 먹고 쇼핑하고 쉬면서 ‘힐링’하는 여행지답게 잡화(22%)와 식당(15%) 소비가 뒤를 이었다. 다른 상위 국가와 달리 면세점(14%)과 스포츠(5%)가 지출 5위권에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