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양아들인 이인수 박사가 1일 4·19혁명 희생자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이 박사는 민주 영령들에게 명복을 빈 후 “4·19혁명 희생자와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사랑하셨던 아버님께서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오늘 참배가 국민 모두의 통합과 화해를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유족의 묘역 참배는 1960년 4·19혁명 이후 63년 만이다. 이 박사는 2011년에도 묘역을 참배하려 했지만 유족 단체의 거부로 포기했다가 4·19 단체들의 입장 변화로 12년 만에 뜻을 이뤘다.
이 박사의 참배는 4·19혁명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존중과 희생자에 대한 사과의 뜻이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말년에 독재를 하고 부정선거 항의 시위에 총격을 가하는 큰 과오를 범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따져 역사적 평가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하야 성명 발표 하루 전에 시위로 다친 학생들을 찾아가 “부정을 보고 일어서지 않는 백성은 죽은 백성”이라고 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고 6·25 남침에 대응해 나라를 지켰으며 한미 동맹을 맺어 국가 번영의 기틀을 다졌다. 우리나라는 이를 토대로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이뤄 주요 8개국(G8)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박사의 사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의 계기가 돼야 한다. 이 박사의 참배에 앞서 올 3월에는 한화갑 전 의원 등 4·19혁명을 주도한 인사 50여 명이 이 전 대통령의 148번째 생일을 맞아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참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은 2019년 이후 해마다 5·18 민주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올해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에는 박정희·김영삼·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함께해 통합을 기렸다. 이제는 모두가 아픈 과거를 딛고 화해와 통합의 정신으로 실타래처럼 뒤엉킨 문제를 풀며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