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기업 공개(IPO)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에 구글, 애플 등 빅테크들이 잇따라 전략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나섰다.
2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ARM의 주요 고객인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회사), 엔비디아, AMD가 모두 주요 전략 투자자로 참여한다”며 최대 1억 달러(약 1320억원)를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또 주요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인텔을 비롯해 반도체 전자설계자동화(EDA) 대표 기업인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도 ARM에 투자 합의를 이뤘다고 전해졌다. 주요 고객들이 전략 투자자로 모두 참여한 가운데 애초 앵커 투자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초기부터 ARM과 협상을 진행하던 아마존은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앵커 투자자는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에 적극 개입하는 투자자를 의미한다. 아마존은 IPO 침체기 이전 최대어로 꼽힌 전기차 기업 리비안의 지분을 대거 매입해 지난해에만 127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입은 바 있다.
ARM의 소유주인 소프트뱅크그룹은 ARM의 기업 가치를 500억~550억 달러(약 66조~72조 7000억 원)로 책정해 투자자들과 최종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47~51달러 수준으로, 월가에서 애초 전망했던 600억~700억 달러를 밑도는 기업 가치다. 이들 주요 전략 투자자들의 투자 금액은 각각 2500만 달러~ 1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RM과 소프트뱅크 측은 애초 IPO용 물량의 10%를 전략 투자자 몫으로 배정한 바 있다.
전례 없이 많은 빅테크들이 전략 투자자로 참여한 데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ARM과의 전략적 관계 수립이 큰 영향을 미쳤다. 로이터는 “이들 기업들의 목적은 ARM과의 관계를 좀 더 심층적으로 확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전략 투자 참여 기업이 관계에서 우위를 가져가지 않도록 방어하는 데 있다”고 짚었다.
암은 지난달 2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S-1)를 제출했으며, 이달 중 상장이 예상된다. 영국에서 설립된 암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분야의 강자로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에서 제작하는 모바일 AP의 대부분이 암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암의 점유율은 9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