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조 원 가까이 줄어들면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각 시도교육청 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교부금이 급감하면서 교육청 사업은 물론 늘봄학교 등 정부 사업에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교부금 감소는 불가피하더라도 내국세에 연동돼 증액과 감액을 반복할 수 없는 교부금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교육부가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교육청들은 계획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년도 교육부 예산안에 따르면 교부금은 올해 75조 7000억 원에서 내년 68조 8000억 원으로 6조 9000억 원 깎였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중앙정부는 내국세의 20.79%를 교부금으로 각 교육청에 떼어줘야 하는데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아 내국세가 잘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교부금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2021년보다는 많은 수준이고 각 교육청의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안정화기금)도 충분해 교육청 차원에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정화기금의 경우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11조 5845억 원가량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세수가 줄어 안정화기금 역시 제대로 적립하지 못했다며 사업을 올해 대비 30% 수준까지 줄여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계획한 안정화기금 1조 6108억 원 중 7월 말 기준 실제 적립액은 6651억 원에 불과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수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나머지 금액을 적립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사업을 줄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 예산을 아껴서 내년까지 가져간다 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당장 6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예산 담당자들이 모여 각 교육청별로 교부금을 얼마나 받을지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교부금이 확정된 만큼 교육청이 제로베이스에서 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당분간 교육교부금 감소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학교 현장이 여름에는 ‘찜통 교실’, 겨울에는 ‘냉장고 교실'이 되는 것은 물론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교육부 주요 정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예산은 교육교부금으로 편성하도록 돼 있으며 AI 디지털 교과서 역시 도입을 위해서는 각 교육청의 태블릿PC 보급 사업이 마무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수에 따라 교부금이 정해지면서 생기는 불안정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부율 보정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부금은 세수와 연동돼 조달이 불안정한데도 증가를 전제로 사업을 벌이고 있어 위험 부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부율 보정은 2004년 법 개정으로 만들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며 “사문화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보정할 수 있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