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합(UN)이 흑해곡물협정 재개를 위해 러시아 은행과 자산에 가해진 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러시아 측에 제안했다고 러시아 타스 통신이 2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나돌루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UN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의 유럽 자회사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 시스템에 포함하고, 유럽 내 러시아 비료 기업의 자산에 대한 동결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 제안은 튀르키예와 협력해 마련한 것으로,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을 통해 러시아에 전달했다. 앞서 피단 장관은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UN이 새로운 제안을 준비했으며 이는 협정을 되살리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한 이후 서방의 제재로 SWIFT에서 퇴출당해 세계 각국과 금융 결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러시아는 흑해곡물협정을 재개하려면 농업은행을 SWIFT에 다시 연결하고, 러시아 회사들의 해외 자산 접근을 허용하는 등의 요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진행하는 중에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가능하게 한 합의다. 지난해 7월 UN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성사됐으나 러시아는 “이 협정에서 자국 식량·비료 수출에 관한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지난 7월 17일 협정 종료를 선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피단 장관과 회담에서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충족된다면 즉시 흑해곡물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흑해곡물협정 문제는 4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이 중단된 이후 양국 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