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기 인생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주는 연극계 원로들이 무대 위에 선다.
60여 년의 연기 경력의 배우 전무송(81)은 오는 1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하는 연극 ‘더 파더’에 출연한다. 전무송은 1964년 동랑 레퍼토리 극단에 입단하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는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이 손꼽힌다. ‘세일즈맨의 죽음’ 작품에서 주인공 ‘윌리 로먼’을 맡아 이 시대 아버지의 초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프랑스 극작가이자 영화감독인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3부작 중 하나인 연극 ‘더 파더’로 또 다시 ‘아버지’를 맡아 객석 앞에 선다. 프랑스 최고 연극상인 몰리에르상을 수상한 작품은 원작자인 젤레르가 2021년 영화로 옮긴 후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무송은 치매에 시달리며 기억의 혼란을 겪는 아버지 ‘앙드레’를 연기한다. 실제 부녀 지간인 배우 전현아가 딸 ‘안느’를 맡아 기억을 잃어가는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는 비애를 그려낼 예정이다.
여성 원로 연극인 손숙(79)은 연기 인생 60년을 맞아 오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토카타’에 출연 중이다. 키우던 개를 잃고 홀로 남은 여인 역을 맡아 단절된 사회 속 노인의 외로움을 표현한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손숙은 작품에 대해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부터 아이를 키울 때 행복했던 시절, 혼자 남은 노인 시절까지 내 인생을 돌아보게 된 작품”이라고 전했다.
신구(87)가 출연하는 연극 ‘라스트 세션’은 오는 10일 막을 내린다. 대학로 티오엠에서 이어지고 있는 연극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소설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을 펼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신구는 2020년 초연부터 프로이트 역을 맡아 무신론을 대표하는 철학자의 날카로운 논변을 소화한다.
그는 지난해 ‘라스트 세션’ 공연 중 급성 심부전을 겪고 하차하기도 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심장박동기를 달고 무대에 섰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마지막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다 쏟고 죽자는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한 신구는 2개월 간의 여정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