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전기차 폐배터리 보관기간 확대…AI활용 '리걸테크' 규제도 완화

[중기부 '150대 킬러규제' 선정]

신의료기술평가 등 개선 대상에

상당수 시행령만 바꾸면 해결 가능

중기부, 최소 20~30건 개정 목표

업계 "실질적 제도 변화가 관건"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생산하는 A 중소기업. 최근 부자재 수급 문제로 전기차 폐배터리 10개를 재활용하지 못하고 1년 가까이 공장에 보관했다. 법정 보관 기간인 30일을 훨씬 넘어 법을 위반한 것이다. ‘폐기물관리법’ 규정에서 ‘폐기물처리업자의 준수 사항’은 폐배터리 보관 기관을 30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자원인 폐배터리 대부분이 그대로 해외로 수출되거나 폐기된다”면서 “보관 기간을 대폭 연장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소 벤처 업계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킬러 규제로 선정한 과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벤처 업계는 “신산업·신기술 관련 규제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며 “단순히 선정에 그치지 않고 올해 하반기 내에 실질적인 제도 변화를 마무리 짓는 게 관건”이라고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벤처 업계가 꼽는 대표적인 개선 사항은 2차전지를 활용한 안면인식 및 홍채 인식 등 첨단 도어록 인증 기준 마련, 분산형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제정, 전기차 폐배터리에 대한 폐기물 보관 기간 준수 의무 완화 등이다. 현행법상 도어록은 알칼리 건전지만 사용 가능해 2차전지를 활용한 안면인식 기능이 있는 도어록은 사업화할 수 없다. 분산형 임상시험도 제도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관계 부처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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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150대 킬러 규제로 선정된 ‘AI 의료기기 신의료기술평가 규제 완화’도 업계가 줄곧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해왔다. 새로운 의료장비 등의 안정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2007년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직후부터 이 제도가 오히려 의료 발전을 저해하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는 전형적인 중복 규제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의 경우 시판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임상 결과 등을 평가해 인허가를 받은 후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구조”라며 “새로운 기술이 담긴 의료장비가 식약처 허가를 통과하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병원에서 바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 현주소”라고 전했다.

스타트업계가 요구해왔던 ‘AI 활용 법률서비스에 대한 변호사법 동업 금지 규정 완화’ 등도 이번 규제 개선 대상에 꼽혔다. ‘리걸테크’로 불리는 기업들은 현행 변호사법상 동업 금지 규정 등으로 성장에 애로를 겪어왔다. 변호사법 제34조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 등’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리걸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변호사가 버는 수익을 지불할 수 없다는 의미다. 리걸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률 문서 작성을 비롯한 변호사 고유 업무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을 추진하는 변호사는 외부 투자를 유치할 수 없었다”며 “변호사법 내 광고 규정 등은 수정이 시급한데 차일피일 미뤄졌던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동일 제품임에도 색깔별로 받아야 하는 유아용 섬유 제품 인증에 대한 규제도 대표적인 킬러 규제로 꼽힌다. 현재는 시험·검사 시 동일한 공정과 원자재를 사용해도 제품의 색상이 다르면 별도의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대기 유해물질 사용과 배출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해달라는 건의도 반영됐다. 현행 대기환경보건법 시행규칙상 페놀 ‘배출’ 업체는 일반산업단지 입주가 제한된다. 현재 관련 규정의 해석 차이로 페놀 대체 바이오 인증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페놀을 일부 ‘사용’하는 업체의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특정 대기 유해물질 배출 업종의 입주 제한에 대한 ‘배출’과 ‘사용’의 명확화를 통해 기업의 부담을 완화해줄 것을 개선 목표로 제시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150개 과제 중 상당수는 법안 개정이 아닌 시행령만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하반기 내에 부처 협의를 거쳐 최소 20~30건은 개정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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