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재천 칼럼]중국의 경제적 강압과 동맹의 집단대응

中강압 공동 대처하려면 '동맹 기제' 필요

G7정상 '집단행동 플랫폼' 천명했지만

예상밖으로 韓정부 "동참 안한다" 밝혀

'집단방어'만큼 강력한 동맹협력 숙제로





21세기 안보의 특징 중 하나는 안보의 영역이 군사와 같은 전통 분야에서 경제와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면서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복합안보 시대에 미국과 중국은 전방위에서 강대국 경쟁을 벌이고 있고 한미 동맹은 이런 추세에 맞춰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이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자 중국은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 즉 경제 보복으로 동맹국을 괴롭히고 있다.

개별 동맹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미국 역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사후적으로 사사건건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은 중국의 경제 강압에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집단 대응 기제는 다양한 영역으로 동맹 협력을 확장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이러한 공동 대응 기제를 ‘집단복원력(collective resilience)’이라고 부른다.



한반도 전문가 빅터 차 교수가 집단복원력 설파에 가장 적극적이다. 차 교수에 의하면 집단복원력의 목표는 ‘중국이 경제적 강압을 시도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후과(後果)가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를 발신해 중국의 경제 강압을 억지하는 것’이다. 군사적 억지와 마찬가지로 집단복원력이 작동하려면 ‘능력’과 그러한 능력을 사용할 ‘의지’를 갖춰야 한다.

관련기사



미국과 미국 동맹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경제적 강압의 대상국과 중국 사이에 형성된 경제적 상호 의존 관계는 중국이 경제적 강압 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근거지만 경제적 강압의 대상국 역시 대중국 연합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면 상응하는 경제적 피해를 중국에도 끼칠 수 있다. 문제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공동 대응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다.

그러한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집단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집단행동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맨서 올슨 교수는 저서인 ‘집단행동의 논리’에서 중앙집권화된 권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공통 이익의 발생이 명확한 집단행동조차 조직화하기 어렵다고 설파했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집단행동으로 발생할 이익은 명확하지만 어떻게 이러한 집단행동을 조직화할 수 있을까. 역시 미국이 준(準)중앙 권력으로 행동해 집단행동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집단행동을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주요 7개국(G7) 정상은 5월 회의 후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평가·준비·억제 및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을 출범시키고 G7을 넘어 파트너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반응은 냉담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의 경제적 강압이나 보복 조치에 대비해 협의체를 만들 것이냐는 논의에 한국이 가담한 사례는 없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G7 공동선언문에 대해서는 “‘회원국들만의 결과 문서’이고 한국은 이에 동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의 대표 피해국 중 하나며 이에 대응하는 집단복원력 정책이 절실한 나라다. 따라서 G7이 제안한 플랫폼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통령실의 반응은 상당히 의외다. 대통령실은 G7이 제안한 집단복원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제대로 작동하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플랫폼에 참여한다고 했을 경우 바로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G7이 제안한 집단복원력 플랫폼은 전통 안보 분야의 ‘집단 방어’ 공약만큼 강력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단행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된 동맹 협력 영역의 집단복원력 확보는 글로벌 차원의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의 진화에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