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재정 운용에 대해 지금의 긴축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올해 대규모 세수 펑크 우려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추가 지출로 세수 결손을 메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헤럴드 핑거(사진) IMF 연례협의단장은 6일 IMF 연례협의 이후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긴축 기조가 단기적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IMF 협의단은 지난달 24일부터 2주간 한국을 방문해 연례협의를 진행했다. 연례협의는 IMF가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 전반을 점검하는 회의다. IMF는 연례협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별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사회 승인을 거쳐 발표한다.
핑거 단장은 “팬데믹 기간 재정이 매우 확장적이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수준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며 “단기적 재정·통화정책은 정부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인플레이션에 지속 대응하기 위해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책금리는 당분간 중립금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며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3.5%)를 중립금리 이상으로 평가했다. 올해 60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 우려에 대해 그는 “추가 지출로 세수 부족을 메울 필요는 없다”며 “올해 재정지출을 계획대로 이행하면서 추가 재원을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금융시장 안정 조치에 대해서는 “‘일시적’이고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핑거 단장은 “주택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조치들은 과도한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것과 질서 있는 조정을 허용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는 정책 노력을 집중해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해 그는 “하반기 반도체 산업이 점진적으로 회복하면서 올해 1.4%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역시 일시적 반등에도 내년 말에는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경제의 9월 위기설’에 대해서도 “금융위기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7월 1.4%로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 경제 둔화 등 국제 환경 변화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저출산·고령화에 대해서도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핑거 단장은 “재정준칙에 기반한 재정제도 수립, 연금 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성별 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